나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일했던 별빛 간호사이다.
말기 암 환자의 임종이 다가오면, 그 곁을 지키는 보호자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참 다양하다.
환자의 뜻에 따라 차오르는 눈물을 삼키며 조용히 애도를 표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슬픔을 둑이 터진 듯 흘러넘쳐 온몸으로 표출하는 보호자도 있다.
그럴 때면 제 삼자인 간호사의 마음 한편엔 작은 욕심이 생긴다.
이 방의 진짜 주인은 떠나가는 저 환자분인 만큼,
모두가 한마음으로 환자의 평온한 마무리에 맞춰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와 그 경계의 무게가 저마다 첨예하니,.. 감히 내가 무어라 할 수 있을까.
역설적이게도 관계의 무게가 가장 역동적으로 요동치는 시점은 바로 임종이 가까워지는 순간이다.
그동안 거리가 멀다는 핑계로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던 자식들,
사소한 다툼이 실망으로 번져 연락을 끊었던 친구들,
해묵은 갈등으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형제들…
흩어졌던 이들이 다시 모이는 그 좁은 방 안에서 관계의 와해를 목격한다.
관계가 무너지는 것은 결국 서로에 대한 깊은 기대와 믿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보게 된다.
평소에 관계의 경계를 잘 설정해 두는 것이야말로,
떠나가는 이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남겨진 이들의 마음의 무게를 덜어주는 길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 관계의 경계를 지키는 일,
그 것은 슬픔의 방식이 다르더라도 서로를 오롯이 인정해 주는 일이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한 인간을 존엄하게 대하는 가장 깊은 존중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