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별빛간호사 입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수많은 이별을 지켜보던 시간을 뒤로하고, 지금은 잠시 전업 백수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ㅡ^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20년 전의 엄마보다, 모든 직함을 내려놓고 집에서 쉬고 있는 지금의 엄마와 관계가 훨씬 더 좋습니다.
딱히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집에서 쉬는 딸이 혹여 기라도 죽을까 봐, 엄마는 예나 지금이나 부지런히 시장을 오가며 반찬을 만드십니다.
8년의 3교대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딸의 식탁을 채우는 그 정성 속에서, 저는 엄마의 서툰 사랑을 읽습니다.
학생 시절 제게 엄마는 무조건 "공부하라"며 등을 떠밀던, 참 밉고도 이해되지 않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호스피스 병동에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생의 마지막 문턱에 선 이들을 배웅하며, 제 마음에도 비로소 타인을 품을 작은 여유가 생긴 걸까요.
아니면 10대 시절, 가세가 크게 기울어 네 식구의 생계를 홀로 짊어져야 했던 그 시절의 엄마에게 이제야 비로소 숨 쉴 틈이 생긴 걸까요.
예전엔 누구의 탓인지 가려내는 데 급급했다면, 이제 우리는 그저 '함께'라는 사실만으로도 서로를 긍정하게 되었습니다.
집을 떠나 혼자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며 삶의 무게를 견뎌보니 깨닫게 됩니다.
가족끼리 서로 헐뜯고 미워하는 것만큼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일은 없다는 것을요.
오히려 가장 편해서, 가장 믿어서, 그리고 세상에 오직 내 사람이라서... 엄마와 딸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며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어디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부모는 눈을 감는 순간 자식에게 못 해준 것을 후회하고, 자식은 부모를 보낸 뒤에야 자신이 했던 모진 말들을 후회한다."
결국, 이 길고 긴 밀당의 관계에서 끝내 이기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그 지독하고도 눈물겨운 진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오늘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들이, 서로에게 조금 더 따스한 말과 다정한 눈빛을 건네는 날들이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우리는 서로의 마지막 순간에 '미안함'보다는 '함께여서 다행이었다'는 기억을 남겨야 하니까요.
(엄마가 내게 해준 음식사진을 그때마다 찍어두머 사랑을 간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