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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계절을 맛보다.

by jeni haru

가을은 달콤 쌉싸름한 맛이다. 잘 익은 과일의 단맛 뒤에 숨은 씁쓸함처럼, 풍요와 상실을 동시에 입안에 머금게 한다. 수확의 기쁨은 달콤하지만 그 달콤함에는 다가올 겨울의 쓴맛이 담겨있다.


작년 가을, 나는 할머니가 담근 대추차를 마셨다. 첫 모금은 꿀처럼 달았다. 몸에 따스한 온기가 감싸면서 혀끝에 은은한 쓴맛이 번졌다. 달콤함이 사라지고 남긴 여운이다. 할머니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좋은 것에는 쓴맛이 조금씩 섞여 있단다." 나는 한 모금 더 마시면서 달콤 쌉싸름한 맛을 느껴본다. 가을은 순수한 단맛이 아니라 달콤함과 쓴맛이 조화를 이루는 것임을.


가을의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삶의 맛도 안다. 모든 아름다움에는 끝이 있고, 풍요로운 순간에는 상실의 그림자가 따라온다. 그 쌉싸름함이 있기에 달콤함은 더 소중해진다. 그래서 가을은 순수한 단맛이 아니라, 달콤함과 쓴맛이 조화를 이루는 맛. 완숙한 계절이지만 동시에 작별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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