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진 - 쌍둥이 같아 보이는 머리 크기 (feat. 개미 헌터 자매)
둘째가 태어났을 때 너무나 놀랐다.
첫째가 환생한 줄
첫째 돌사진 때 찍은 얼굴이랑 너무 닮아서
내가 또 활달하다 못해 예민한 아이를 낳았나
또 헬육아 시작인가 하고 섬뜩하기까지 했다.
몇 개월이 지나니
젖살이 빠지고
안 보였던 쌍꺼풀이 생기고
거기다 보조개까지~~
갈색 생머리에 흰 얼굴
첫째에게는 없는 쌍꺼풀, 보조개 매력에 홀렸다.
가족들도 부모 둘 조합에 이 정도면 정말 성공했네!
지인들도 둘째 너무 이쁘다 갈수록 이뻐져~라는 말에
내 팔랑귀는 나풀나풀
둘째는 그냥 사랑이라는데
출구 없는 무한사랑에 둘째를 향한
스킨십지옥문이 열렸다.
거기다가 첫째에겐 없는 순한 기질
아침에도 배시시 웃으며 일어나고
잘 때도 혼자 뒹굴다 자고
넘어져도 울지를 않고
뭐 해달라 뭐 사달라
떼쓰지 않는 둘째에
이상적인 육아천국을 맛보았다.
밖에 데리고 나가면 여기저기서
어쩜 이리 순해요라는 소리를 자주 들어서
안녕하세요/윙크/이쁜짓/저요/
사랑해요/머리 어디 있어?/
곤지곤지/죔죔/짝짜꿍/빠빠이
열 가지 개인기와 애교 섞인 웃음 장착하고
돌 전에도 그렇게 산책을 자주 다녔다.ㅎㅎㅎ
그러다 돌 때 영유아검진을 갔다.
키 - 73. 6 / 43등
몸무게 - 8.9 / 48등
머리둘레 - 46 / 79등
아직 어려서 그럴 거야~~
아기들은 원래 머리가 크잖아
커가면서 작아질 거야 희망을 놓지 않았다
두 돌 영유아 검진
세돌 영유아 검진 모두 대두로 나왔고
둘째의 유일한 역변이 머리크기라는 걸
겸허히 받아들이게 됐다.
지금은 둘째에게 들어가는 모자가
첫째에게 들어가는 걸 보고 놀라고
둘째가 사용하는 마스크가
첫째에게 얼추 맞는 걸 보며 감탄한다.
내가 연애시절
푸신랑을 보며
베이비페이스라고 한 적이 있다.
얼굴이 동안이란 뜻이 아니라
얼굴이 애기처럼 크다는 뜻이었다.
이것만은 닮지를 말지 하며
신랑 얼굴 한번 보고
둘째 얼굴 한번 보고
유전자의 힘에 놀라곤 한다.
그래도 고슴도치도 지새끼는 이쁘다고
말을 곧잘 하는 지금
"누굴 닮아 이리 예뻐?"란 질문에
"엄마"라고 답하라고 세뇌를 시키는 중이다.
좋은 건 엄마 닮고
나쁜 건 아빠 닮은 거라고
말하던 선조 때부터 이어져온 지혜를 받아들이겠나이다~
(에피소드) 어느 날 친정에 아이 데리고 놀러 갔을 때였다.
그날도 돌쟁이 둘째를 물고 빨면서
"아니 얘는 아빠도 엄마도 없는 보조개가 어떻게 생긴 거야? 예뻐 죽겠네" 말하니
엄마가 대뜸 "네 아빠 보조개 있잖아"
헉!!!!! 난 사십 년 넘게 살면서 우리 친정 아빠가 보조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딸내미였다.
아빠 얼굴을 빤히 본 적이 있어야지~~
역시 부부가 살아온 세월은 무시를 못하는구나 깊은 통찰을 느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