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육에서 떠나 어린이집이라는
사회에 첫 발을 뗐던
생때같은 내 딸내미 둘.
첫째 경우 옛날 기억이지만
어린이집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어머니!! OO가 에너지가 대단해요.
체구도 작고 여리여리해서
얌전할 줄 알았는데 엄청 활발해요.
(어린이집 낮잠시간에 안 자는 아이가 3명
그중 여아 1명이 우리 첫째ㅠㅠ)
어머니!! OO는 걱정 마세요.
얼마나 선생님 말도 잘 따르고
친구들에게도 배려심도 많은지
어린이집에 OO같은 아이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망아지는 에너자이저
강아지는 사랑둥이라 불리는 어린이집 생활.
매년 봄, 가을이 되면 어린이집 상담일이 있다.
이래도 "네~~ 엄마!!"
저래도 "네~~ 엄마!!"
하는 엄마 속 한번 안 썩이고
잘만 크는 순둥순둥 이쁜 둘째 상담은
모범생 코스라 한 번도 대면상담이 아닌
쿨한 비대면 전화상담으로 여태 했었다.
그런 한 송이 수련 같은 이쁜 둘째가
어느 날부턴가 등원거부를 했다.
한 번은 어린이집 앞 사거리에서 가기 싫다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는데
그게 마음에 씌어 심층상담을 하고자
처음으로 어린이집 방문 대면 상담을 신청했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담임선생님께
오늘 화사하니 이쁘세요.
진심 어린 대화의 물꼬를 틀 정도로
상담 초반엔 여유 있었고 화기애애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이번에 일어난
등원 거부 일화를 말씀드렸더니
너무나 놀라시는 어린이집 선생님
OO는 워낙 얌전하고 잘 따라오는 친구라
어머님이 써준 등원거부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셨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요? 서로에게 반문하다가
OO가 1학기 때는 적극적이고 말도 크게 하고
선생님께 말도 예쁘게 했는데
2학기 들어서는 많이 의기소침해져서
무슨 말을 걸 때 좀 조심스러워 졌어요.
'의기소침'이란 단어에서 내 울음버튼이 터졌다.
아침 등원 시 울었을 때 모습과
어린이집에서 소극적으로
가만히 있었을 모습을 연상하니
그 모습이 너무 외롭고 저 어린 것이 말도 안 하고
속으로 앓이를 하지 않았을까 싶어
내 눈물이 거기서 터져버린 것이다.
나도 어린이집 상담하면서 울 줄은 몰랐고
울음이 그치지 않아 당황했다.
선생님도 좀 당황한 눈치셨고 서둘러 휴지를 건네셨다.
앞으로 일주일만 시간을 더 주세요.
둘째를 더 신경 쓰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 드리도록 할게요.
그러고도 등교거부가 생기면
그땐 서로 알림장을 주고받고 피드백을 주면서 개선책을 찾아가 보아요.
하며 침착하게 대응해 주셨고
적극적인 답변에 내 마음도 놓였으나
눈물 꼭지는 잠가지지 않아 서둘러 그 자리를 파하고 귀가했다.
상담을 마치고 어린이집 동기 엄마 세명 단체톡방에
오늘 상담 중 울었던 얘기를 했고 동기 엄마들은
둘째가 이해심은 많은데 속마음을 잘 안 비친다.
너무 착하고 얌전하다. 어른 같다는 말을 했다.
차라리 첫째처럼 싫다고 힘들다고
펄쩍 뛰는 표현이 마음이 덜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너무 나대, 둘째는 너무 착해
너무 나대도 걱정, 너무 착해도 걱정
둘째야 네가 이쁘든 안 이쁘든
엄마 말을 잘 듣든 잘 안 듣든
어떤 모습이던지 어떤 성격이던지 상관없이
네가 내 뱃속에 나온 사실에 변함이 없듯이
있는 네 모습 그대로 사랑해
그날 밤 자기 전에 꼭 끌어안으며 말해 주었다.
강아지야~ 이번 일도 잘 넘어갈 거야~
우리 이번 고비 잘 넘겨서
우리 모녀 한 뼘 더 성장하자꾸나!!
꽃보다 예쁘고 보석보다 값진 우리 둘째
세상 누구보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