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첫째가 두 돌쯤 동네 엄마가 우리 집에 놀러 왔고
언제나 그랬든 엄마껌딱지인증.
내 목에 매달리고 연신 치대기를 해댔다.
신경 안 쓰고 계속 엄마끼리의 대화를 이어가던 중
첫째의 기습 공격!!
그 조그마한 손가락이
어찌나 빠른지
내 눈을 찌른 것이다.
난 대화에 심취하느라
공격에 대비하지 못하였고
그때부터 눈에서 피눈물 날 정도로
극심한 안통이 밀려오는데....
급하게 자리를 파하고
계속 찔린 눈에 눈물이 나와서
뿌연 시력으로 겨우 겨우 안과 검색 후
혼자 둘 수 없는 첫째를 아기띠를 하고
애기용 거즈손수건으로 아픈 눈을 누른 채
택시를 타러 나섰다.
택시는 어찌나 안 잡히는지 결국 버스를 타고
안과에 도착하니 각막손상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치료용 렌즈 착용 후
다시 대중교통으로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건 아파서 눈물이 나는 건지
서러워서 눈물이 나는 건지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한 짓인데
너무 아프다 보니 화가 났다.
화를 내려해도 아기띠 안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를 보니
화도 못 내겠고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사고.
더 슬픈 건 그 이후
애꾸눈 상태로 육아는 계속 진행됐다는....
그 사건 이후로도 몇 년 동안 간헐적으로
재발하는 각막상처로 엄청 고생을 했다.
그런데 역사는 왜 또 반복되는가~~
둘째도 딱 첫째 8년 전 개월수쯤
내 눈을 찌르는 사건이 또 터진 것이다.
미치도록 슬픈 건 같은 왼쪽 눈이라는 점
아이들 손가락이 빠른 건지~
아니면 그것도 못 피한 내가 느린 건지~
정말이지 내 눈의 안위를 위해
굿이라도 해야 하나 싶은 심정이었다.
하필 첫째 첫 피아노 콩쿨대회 전 날 다치다니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금요일 저녁이라 안과는 문을 다 닫고
고통 속에 저녁을 뜬 눈으로 보내고
다음 날 문 열자마자
토요일 주말 문 연 안과를 찾아갔는데
아뿔싸!! 8년 전 방문했던 그 안과였던 것이다.
그것도 같은 원장 선생님!!
8년 전에도 같은 증상으로 방문하셨는데
이번에는 어쩌다 다치셨어요?
아기가 어려서 제 눈을 실수로 찔렀네요.
그때도 사고 경위가 아이가 눈을 찔러서 오신 걸로
기록되어 있는데 그때 그 아이가 또 찌른 건가요?
이번에는 다른 아이요. 둘째요.
ㅠㅠ
황당해서 실소를 터트리신 선생님
(바로 옆에 있는 간호사도 웃었다.)
나도 내 대답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대회용 드레스에 구두를 신고
기다리는 첫째.
엄마도 갈 수 있냐고 해맑게 묻는 첫째에게
임시방편으로 받아온 진통제 약의 힘으로
첫째 콩쿨대회참관 강행군을 시작했다.
그날은 폭우까지 쏟아져서
각막상처에 시야는 흐리지
퍼붓는 비에 차량 앞 유리창도 흐리지
우리 첫째 콩쿨대회 결과도 흐린 건가 싶은 게
최악의 날씨에 최악의 컨디션에
병원 갔다가 바로 출발했는데도
대회시작 전 겨우 지각을 면했다.
제일 근심 없었던 건 아이들
참가자는 차 안에서 들떠서 연신 떠들어대지
가해자는 차 안에서 코 골며 자지
아빠엄마는 이미 녹초가 되었다.
기가 빨린 엄마아빠에게
자기가 이번 대회에 1등을 하면
상으로 무엇을 줄 거냐고
물어대는 망아지 첫째!!
대회에 진심이면 대회연습이라도 평상시 하던가
집에서 십 분 이상 피아노 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아픈 와중에도 웃음이 났다.
드디어 첫째 차례가 왔고
처음 가 본 콩쿨대회 참가자석에서
부모인 우리가 더 긴장했던 거 같다.
학부모가 이런 기분이구나
그 많은 참가자들 중에 우리 아이만 보이고
건반 하나하나 치는데 실수할까 봐
조마조마했던 우리 부부
무사히 대회를 마치고 결과는
나중에 문자로 보내준다는
피아노원장님 말씀에 집으로 귀가
전날 안구테러로 불참할 뻔했는데
우리 가족 콩쿨대회전원참석이라는
미션수행 무사귀가에
좋은 경험이었고 재밌었다 생각하며
자축하고 있었는데
피아노 선생님께 온 카톡
어머나~~ 어머님 3등이에요!!
시작할 때 실수해서 기대 안 했는데
워낙에 다른 데서 실수를 안 해서
점수가 잘 나온 것 같아요.
역시 실전에 강한 첫째
운이 좋단 말이야~~
시작할 때 어쩌다 실수한 거야?
물어보니
학원에서 치던 피아노 건반소리가 아니라서
너무 고급진 소리에 놀라 한순간 흠칫
해서 그랬단다
(참고로 대회용 피아노는 1억 원)
연이어 온 선생님의 카톡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고 실수 안 했으면
대상이나 준대상까지 갔겠네 싶네요.'
(무기숙달미흡 실수였나? 아쉽군~~)
아픈 눈을 부여잡고
애꾸눈으로 참관했는데
한 순간 설움이 가시는
매직을 선사해 주신 따님
어제는 울고 오늘은 웃고
롤러코스터 테러 현장이었다.
그날은 육아 평생 못 잊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