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술을 처음 시작한 때는 5살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 손에 이끌려 미술학원에 들어갔다. 미술학원에서 근무하며 5살 아이들과 수업해 본 나로서는, 너무나 어린 나이라는 것을 안다.
보통 5살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만 알고,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는 모른다.
그저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단풍잎 같은 손으로
종이를 하나씩 채워나간다. 이름조차 쓰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난 조용히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그렸던 학생이었다. 내가 그리고 싶은 것보단 선생님의 것이 좋고, 그 애정 어린 칭찬이 마냥 좋은. 내 입시생활은 그렇게 흘러갔다.
어쩌면 난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하는 것 “ 이 가장 마음 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암묵적인 책임 전가와 믿음이 스며든 마음이었다. 이미 정해진 방식으로 ”노력“ 하는 것이 다였다. 꾸준히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내게 최적의 루틴이었다. 정해진 대로 꾸준히 노력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하지만 이후에 이 노력 이외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내 치명적인 단점이 되어간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어떤 재료가 좋은지,
내 재능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이
내 또 다른 시작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