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급똥이 찾아온 적이 있는가? 꽉 막힌 출근길 만원 버스 안에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칼질을 하다가? 급똥이란 녀석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쑥 찾아온다. 급똥이 생기는 원인은 소화 과정에서 배에 생긴 ‘가스’가 대변을 밀어대장을 자극해서이다. 그렇다. 결국 살아있고, 먹었고, 소화했기에 급똥도 찾아온다.
그렇다면 고양이에게도 급똥이 찾아올까? 고양이도 살아있는 생명체이기에 당연히 급똥이 찾아온다. 그 결과가 처참해서 그렇지.
"신통방통해.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모래통만 갖다 놓으면 여기에다 싼다니까.자, 봐봐. 이렇게 삽으로 고구마 캐듯이, 용변 묻은 모래를 떠서 버리면 끝! 고양이는 영물이야."
루이와 베리를 데리고 온 곳에서 사장님은 고양이 배변 뒤처리하는 모습을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고양이 자랑을 하였다.
하지만... 그건 케바케(고양이 바이 고양이)인 것을 그땐 미처 몰랐다. 루이는 소심한 깔끔쟁이다. 그리고 꽤 많이 영리하다. (저 성격 탓에더러워도 너무 더러움) 베리는 되는 대로 사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무장된 고양이다. 이런 성격의 차이가 배변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줄 내가 어찌 알았겠는가.
고양이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모래 배변통을 루이는 거부했다. 모래 문제인가 싶어 벤토나이트, 두부모래, 크리스털 모래까지 종류를 바꿔봤다. 꿈쩍도 하지 않는 루이의 행동에이번에는 배변통 모양도 종류별로 바꿔봤다. 숨숨집 형태, 볼이 넓적하고 큰 형태, 변기 형태까지. 배변통의 위치도 바꿔봤다. 거실 구석, 화장실 안, 안방 가장자리. 하지만 루이의 마음을 돌릴 수가 없었다. 엄마, 아빠가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오는 걸 루이는보았고안다. 그래서 자신도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거뿐이다. (자기가 사람이라고 여기는 거 같다) 화장실 바닥에다가 지려서 그렇지.
상황이 이러하니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 화장실 바닥을 청소하고 소독한다. 몇 달 전 허리 디스크 탈출로 구부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되었지만, 루이가 그걸 알 리가 있겠는가.(내 디스크가 잘 안 붙는 이유의 3할은 루이 탓이리라)
자기 딴에는 굉장히 깔끔 떤다고 집에 있는 화장실 두 곳을 번갈아 가면서 이용하신다. 나는번갈아 가면서 청소하신다. 청소를 바로 안 해주면 방바닥에다가 지릴 수도 있다. 노상 방뇨도 루이의 전매특허이기에. 그래서 루이가 일을 보고 나오면 곧바로 뒤처리를 해줘야 한다.
(다음은 루이의 입장에서 각색한 배변 일화이다)
루이: 화장실 사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군.급똥이 마려웠는데. 잘 됐어. 똥 싸야지. 룰루랄라.
베리:(화장실 앞을 지나가다가 멈칫) 야, 똥 싸냐?
작작 좀 해. 집사 허리 다친 거 모르냐?
루이: 나 급똥이야. 똥 나오다 들어갈 거 같으니 너는 가던 길 가라. 좋은 말 할 때.
베리: 싫다면?
루이: 너 진짜! 경고한다. 가라. 나 똥 좀 싸자. (하악질)
베리: 너 나한테 하악질했냐?
루이: 이게 진짜! (하악질 앤 냥냥펀치)
결국 두 고양이는 똥 위에서 맹렬한 전투를 벌였고 루이는 급똥을 마무리하지 못해 항문에 똥 덩어리를 달고 온 집안을 난장판(똥 판)으로 만들어 놨다.
사람의기본권(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 그중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인 먹고 자고 쌀 수 있는 권리)을 중요하게 여기듯 동물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주고 싶다.세상의 많은 동물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해 지금, 이 순간에도 괴로워하며 죽어간다. 길고양이는 척박한 환경에서 추위와 때론 더위와 싸워야 하고, 굶주린 배를 안고 먹을 것을 찾아다녀야 한다. 사람들의 무자비한 학대로 죽어가는 길고양이도 많으니(고양이 눈이 재수 없다고 50여 마리의 길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인 재수 없는 인간을 기사에서 보았다) 이 세상에서 제일 잔인한 동물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길고양이는 평균 3년밖에 살지 못한다.이 땅 위에 살아가든 동물들이 자신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행복하게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권리는 누리고 살길 바란다.루이의 슬기롭지 못한 배변 생활을 받아들인 이유이다. 그래서 집사의 허리는 오늘도 통증이 가시질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