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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서 Nov 17. 2024

공황장애가 고양이를 만나면

신비의 약은 고양이였어

 "빨리 와주세요.  숨이 안 쉬어져요. 아이가 있어요. 2살 된 아이와 뱃속 아이."


 다급. 속 아이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20개월 아 더 크게 느껴진다. 숨이 가빠오고 기억 점점 미해다. 최대한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아준다. 구급대원이 집을 향해 올라오는 소리가 렴풋이 들린다.


 "숨을 못 쉬겠어요... 아이 좀 부탁드려요."


 응급실을 가는 내내 우는 아이 보며 눈물 삼킨다.






 첫 공황발작의 기억은 지금도 또렷하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오후를 보고 있었다. 지극히 평범했던 그런 오후. 아이 책을 읽 있는데 불현듯 시야가 좁아지는 걸 느꼈다. 가까이 있던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그러고는 호흡이 가빠졌다. 이상한 느낌을 감지했는지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응급실로 가던 구급차 안에서 떡이호흡이 어느 정도 돌아시 나갔던 넋도 제자리로 돌오는 듯했. 산부인과 주치는 아기집이 동맥을 눌러 잠시 혈류 순환이 원활하지 않았던 거뿐이니 걱정하지 말고 안정을 취하라고 하였다. 임신 중에 이런 일이 한두 번 더 반복되었다. 둘째 아이를 낳고도 이따금 찾  강렬한 기운 정신 의학과를 다녀온 후 더 이상 순 혈류 문제가 아니는 걸 알게 되었다. 

 

 번아웃. 공황장애를 안게 된 것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일상이 벅보다. 유산기가 심해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던 둘째 임신 기간. 세상 빛을 보기 어려울 거라던 의사의 단언 속에 초음파상 들려온 우렁찬 심장 소리는 아이를 꼭 지야 할 이유였다.


 "아기집보다 피 주머니가 10배나 큽니다. 마음 준비하세요. 이 피 주머니에 아기는 쓸려갈 겁니다."


 '이렇게 힘찬 생명 소리가 들리는데.. 엄마가 널 꼭 지킬 거야.'

  

 결국 임신 13주부터 입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적어도 26주까지는 엄마가 뱃속에 아이를 품어야 한다고 했다.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의 시간이 나에게는 더디게 흘러갔지만 무사히 밤이 지나고 아침이 찾아오는 건 희망의 소리였다. 잡히지 않았던 시간과의 사투 속에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서자 집으로 돌아 수 있었다. 퇴원 날짜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집에 돌아가면 이제 어려움은 따라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를 지키겠다는 간절함에 정신이 압도당한 건지 그 후로도 금만 일상이 벅차거나 긴장할 일이 생기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신이 몽롱해지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다행히 둘째 아이는 건강한 모습으로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선물처럼 나의 품에 안겼다. 동시에 열고 싶지 않은 선물도 따라왔지만. 공황..

 

 분주한 삶에 경고등처럼 켜지는 공황은 미운 녀석이지만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무엇이 나를 이리 힘들게 하는 걸까.'


 경고등이 켜지면 하던 모든 일 조용히 내려놓는다. 그리고 형체가 없는 녀석에게 가만히 타이른다.


 '나 이제 괜찮아. 그러니 네가 옆에 있지 않아도 . 날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러니 멀리 가도 된다고.'


 내 속에 작은 변화가 일어난 건 루이, 베리의 엄마가 되고부터가 아닐까? 분주한 일상 속 작은 숨통이자 쉼이 되는 고양이들. 눈만 마주쳐도 조용히 골골송을 불러주는 루이와 주위를 맴돌며 골골송을 불러주는 리. 긴 것도 성향도 다른 두 아이는 각자의 방식으로 묘가 되길 자청했다. 

 

 

살포시 으로 다가와 잠든 루이의 털을 쓰다듬으면 그르렁그르렁 목에서 울림이 인다. 떨리는 목덜미에 손을 갖다 대면 기분이 좋은지 진동은 금세 온몸으로 번진다. 그 진동 소리는 아늑한 자장가 같기도 해서 때때로 얕은 잠에 빠지게 한다. 이 신비로운 골골송은 사람의 긴장을 풀어주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도움을 준다고 하니 마법 틀림없다. 불청객이 찾아오려 할 때 루이, 베리 묘약의 힘을 린다. 유난스럽지 않게, 살며시 다가오는 마음 안정제. 지금도 옆에서 끊이지 않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주는 루이의 목덜미에 살포시 손을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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