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그랬던가?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태어난 계절을 좋아한다고. 한겨울에 태어난 나는 추운 날을 끔찍이 싫어한다. 땀이 주르륵 흐르는 여름에도 수족냉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니, '겨울' 말만 들어도 온몸이 얼어붙는 거 같다. 이런 내가 좋아하는 겨울날이 딱 하루 있으니 바로 크리스마스다.거리거리마다 캐럴송이 넘쳐흐르고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지면 내 마음의 작은 동그라미도 멀리멀리 퍼져나간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저마다의 추억을 쌓기 위해 분주해지는 마음과 걸음. 그 위에는 사랑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이런 날 크리스마스트리가 빠지면 섭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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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트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 홀로 집에' 영화의 한 장면이다. 혼자 남겨진 케빈은바쁜 와중에도집 앞나무를 잘라 집으로 질질 끌고 와서는 자신만의 트리를 완성했다. 어린 케빈에게 크리스마스트리는 어떤 의미였을까? 외로이 집을 지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 가운데, 잠깐이나마 지쳤던 자신에게 주는 선물과 격려, 위로와 안식은 아니었을지.
나에게도 크리스마스트리는 그런 의미이다. 일 년을 갈무리하는 한 해의 마지막을 앞두고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가지만, 먼저는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한 해도 잘살아냈어. 힘든 순간순간마다 좌절되는 마음에 넘어지지 않고, 이겨낸 네가 장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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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트리는 그런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축복의 상징이었다.이런 크리스마스트리의 축복은 두 고양이를 키우면서 반납했지만 말이다.호기심이 많은 베리는 반짝거리는 트리를 보면달려와 어쩜 그렇게 잘도 헤집는지. 선물 같던 트리는 한순간에 볼품없는 모습이 되어갔다. 뇌보다 몸이 앞서는 베리가 손수 활동을 개시하면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루이가 합세하여 트리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어버리니 이런 애물단지도 없었다.
"엄마, 이번에도 우리 크리스마스트리 안 해?"
"엄마도 하고 싶지만, 저번에 베리가 크리스마스트리 쓰러트려서 큰일 날 뻔했잖아. 그냥 넘어가야 할 거 같아. 아쉽지만."
실망하는 딸아이의 모습에 미안했지만, 집안의 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엄마가 트리를 대신할 만한 게 뭐가 있는지 찾아볼게."
그리고, 찾은 크리스마스트리 대체품!
작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몽땅 가지고 있는 산타빌리지 소품과 창문부착형 조명 세트! 베리가 관심을 두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루이, 베리로 인해 소소한 즐거움을 포기해야 할 상황들이 생기기도 하지만, 우리는 사랑으로 묶인 가족이기에 기꺼이 마음을 내어줄 수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나도, 아이들도, 루이, 베리도 좀 더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