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지금 잠들어 있지 않나요
삶은 계속된다. 라는 말을 자주 떠올린다.
살면서 아무리 큰 사건이 일어나고,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잃는다해도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고 일터에 가고 운전을 하며 기본 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처리한다. 정신적 신체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음식 섭취와 적당한 운동, 취미 생활, 청소,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 창조적 활동, 수면 등의 '일과'가 이어진다.
우리는 '일과'에 따라 살아가지만 어떻게 구성된 일과를 살아가는지 조금 더 들여다보면 모두가 다르게 생긴 외모만큼이나 각자의 개성이 담겨 있다.
그 하루하루가 모여서 그 사람의 인생을 조각한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 어떤 사람의 일과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관심이 생겨난다면 분명 그 사람을 애정하고 있는 것이리라. 누군가와 나의 일과를 나눈다는 것은 많은 대화와 교류를 통해 조금씩 조금씩 열리는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라고 나는 믿는다.
요즘은 쉽게 타인의 삶을 구경하고 몇 번의 클릭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이다. 거대한 어떤 흐름을 타고 수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색깔을 더욱 강렬하게 발하는 대신 다같이 흐려져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나의 모토는 선명하게 일상을 온전히 살아내기가 되었는데 그 의미는 나다움으로 깨어있는가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내 안의 참나와 일상을 수행하는 나 사이에 거리를 확보하여 아주 섬세하고 예민하게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예전에 올린 명상에 관한 글에서 나누었듯 관찰자의 시선에 무게중심을 싣고 행동하는 자아(지각, 감각, 감정, 사고하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 점검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상태는 행동하는 자아가 전부인 줄 알고 그 안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잠들어있는 상태이다. 수많은 일을 해내고 대화하고 먹고 마시고 울고 웃으면서도 꿈 속의 상태나 취해서 필름이 끊긴 채로 행동하는 것처럼 의식이 잠들어 있다. 서로가 각자의 꿈에 잠겨 있는채로 만나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수많은 일상을 되풀이하며 아쉬운 세월이 흘러간다.
나 역시 아침의 준비자세와 점검에도 불구하고 하루를 보내며 여러 번 밧줄을 놓치고 만다. 잠자는 상태로 미끌어지듯 끌려들어간다. 그렇게 미끌어지고 말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밧줄을 찾아서 다시 제자리로 기어올라간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좌절하거나 후회하진 않으려 다독인다. 영원한 반복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상을 소중하고 충실히 살아냄이 중요한 이유는 이미 우리의 인생이라는 좌표가 현재라는 그라운드에 놓여져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기 위한 이유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게 어떤 좌표이건간에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주어진 몸뚱아리와 인생의 서사를 가지고 갈 길을 가야만 한다. 어디로 갈 것인지의 선택과 나아가기 위한 동력을 만드는 내면의 에너지원은 각자 발견할 몫이다. 아무도 판단할 수 없고,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철저히 혼자만의 삶이다.
그 선택과 에너지원에 대한 이해와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해 종교와 철학, 수련 등에서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우리가 오늘 당장, 하루하루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삶을 개인적인 희노애락의 장으로 인식하여 그 안에 침잠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자의 시선으로 보는 연습을 통해 '작은 나'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리라.
가장 불필요한 것은 타인의 판단과 시선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며 진정한 나를 위해 자유롭게 살게 될 것이다. 그러면 깨어있는 '작은 나'가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하며 감각과 의지와 사고와 재능을 발휘하여 '뜻대로 되소서'라는 기도를 이루어 낼 거라고 믿는다.
그렇게 비로소 해방된 의식에는 고요함과 평화, 신이 우리를 각자 다르게 조각하였듯 각자의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고유한 개성, 아름다움, 사랑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