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예쁘게 깎아논
주황빛 가을 한 접시 내 앞에 놓이면
나는 그것을 경건하게 집어들어
한 귀퉁이를 베어문다
아사삭,
잇자국을 따라 쪼개지는 감 조각.
다시 다른 쪽을 베어물면,
물컹하고 부드러운 과육이 느껴진다.
가을철에 익어간 것이라면
이 조그만 감 한 조각도
어디하나 똑같은 데가 없는데
커다랗고 넓따란 이 마음은 또 오죽할까.
내 마음을 슬그머니 깨물어보니,
단단하고 윤기나는 씨앗이 불쑥 고개 내민다.
내 이 씨앗을 네게도 자알 심어줄테니
네 마음 속에서도 감나무를 길러보렴.
여기는 아삭아삭 씹히고 저기는 말캉하게 익은,
달콤한 과육 안쪽에 강인한 씨를 품고있는 감이
내년 가을에는 한가득 열리도록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색연필그림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