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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枾)의 시(詩)

by 목소빈 Nov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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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예쁘게 깎아논

주황빛 가을 한 접시 내 앞에 놓이면

나는 그것을 경건하게 집어들어

한 귀퉁이를 베어문다


아사삭,

잇자국을 따라 쪼개지는 감 조각.

다시 다른 쪽을 베어물면,

물컹하고 부드러운 과육이 느껴진다.


가을철에 익어간 것이라면

이 조그만 감 한 조각도

어디하나 똑같은 데가 없는데

커다랗고 넓따란 이 마음은 또 오죽할까.


내 마음을 슬그머니 깨물어보니,

단단하고 윤기나는 씨앗이 불쑥 고개 내민다.


내 이 씨앗을 네게도 자알 심어줄테니

네 마음 속에서도 감나무를 길러보렴.

여기는 아삭아삭 씹히고 저기는 말캉하게 익은,

달콤한 과육 안쪽에 강인한 씨를 품고있는 감이

내년 가을에는 한가득 열리도록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색연필그림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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