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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영운 Apr 28. 2024

이런 사랑 _ 대도시의 사랑법

사랑, 그 사랑 때문에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재희>, < 우럭 한점 우주의 맛>, <대도시의 사랑법>, <늦은 우기의 바캉스> 4편 의 중단편을 모은 연작소설이다.  그리고 퀴어 소설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내내 누군가의 말이 맴돌았다. <커피 프린스 1호점> 한결(공유)의 대사였다. 자신이 남자를 사랑하는 줄 알고 고민하며 힘들어하다 더는 못 참고  은찬(윤은혜)에게 고백한다. " 한 번만, 딱 한 번만 말할 거니까 잘 들어. 너 좋아해. 니가 남자건 , 외계인이건, 이제 상관 안 해. 정리하는 거  힘들어 못해 먹겠으니까 가보자. 갈 때까지... 한 번 가보자."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이렇게 히든 일이었나? 문제는 사랑이 아니라 대상이 같은 남자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드라마를 보면서 은찬이 이미 여자인걸 알고 있었기에 한결의 고백이 달콤하게 느껴져 가슴 설랬다. 하지만 은찬이 진짜 남자였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대한민국이 반쯤은 뒤집어졌을 것이다.



《대도시의 사랑법》을 읽으면서 주변에 본 적 없는 주인공의 여러 사랑이 그냥 흔하고 흔한 것처럼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누구나 사랑에 자유로운 것처럼 말하지만 사회 통념상 하지 말아야 할 사랑은 많다. 같은 남자를, 같은 여자를 사랑해도 안되고. 유부남을, 유부녀를 사랑하는 것도 안된다. 나이차가 너무 많이 나는 상대는 쫌 그렇고, 물론 외계인도 사랑해선 안되고...



읽으면서 마음에 남는 문장들을 써 본다.



K3의 부고 문자를 받은 건 그즈음이었다. 교통사고라고 했다. 그토록 아끼던 K3가 결국 관이 되어버렸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났을 때 비로소 나는 그와 내다볼 수 없을 만큼의 긴 미래를 상상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내게 보낸 문자의 내용은 이러했다. 

집착이 사랑이 아니라면 난 한 번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 (p55)


벽에 대고서라도 무슨 얘기든 털어놓고 싶을 만큼 외로운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그런 외로운 마음의 온도를, 냄새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때의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p90)


ㅡ 너무 애쓰지마. 어차피 인간은 다 죽어.

그게 엄마가 할 말이냐고, 묻고 싶었다. (p168)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


내게 있어서 사랑은 한껏 달아올라 제어할 수없이 사로잡혔다가 비로소 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추악하게 변질되어 버리고야 마는 찰나의 상태에 불과했다. 그 불편한 진실을 나는 중환자실과 병실을 오가며 깨달았다. (p169)



사랑에 대한 생각은 각자의 경험치나 깊이에 따라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쉽게 정의되거나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도대체 외로운 마음의 온도란, 냄새란 뭘까? 몇 도쯤 되는 걸까?


자살을 기도한 아들에게 엄마가 "인간은 다 죽어" 라는 말에 서운함을 토로하는 부분에 그럼 너는 자식으로서 엄마에게 할 짓이냐고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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