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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 증후군

2024년 아르코 문학창작 발표지원 작가의 시-이어진

by 이어진 Nov 01. 2024

 



대문 아래 앉아 입 안에 꽃잎을 그려 넣자

웃음이 캔디의 손끝에서 피어올랐다

연기처럼 웃음은 울타리가 없이 날아간다

그녀의 언어에서 장미가 피어난 뒤로

그녀는 장미만 사랑했다 바람으로 흔들리는 낱말들이

자신의 얼굴일까 봐 그녀는 여행을 하지 못했다

골목에 장미 울타리가 피어나고

책가방에서 장미들이 쏟아질 때 그녀는 어느덧 장미가 아니었다

장미이고 싶은데 장미이어야 하는데

혼잣말은 이어지고 벌써 우주를 여행해요?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의 말, 

웃음을 너무 빨리 소진해버린 기후 탓에

그녀의 잇몸에서는 가시가 자라고 있었다

누군가 말한다 발가락이 자유롭게 춤을 추어서

우주 밖으로 추방되었는지 모른다고 

아름다운 바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장미가 필 때부터 그녀는 어른이 되지 않는 법을 익혀

스스로 요절했는지도 모른다

보도블록이 검은 태양의 웃음을 새긴다

검은 바람이 불자 그녀는 그림 속에서 춤추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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