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마음에 살아남아 이어지는 기쁨.
새벽에 동네 뒷산을 오르며, 기도를 드린다.
날씨에 따라 그리고 몸 컨디션에 따라
들쑥날쑥하기도 하지만
내 마음에 어둠이 스며듦을 인식할 때면,
그렇게 산행을 나도 모르게 떠나게 된다.
40분가량의 짧은 산행이지만,
그 안에서 충만하게 채워지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이는 자연 속에서 얻는 생명 에너지의 힘도 있겠으나,
기도를 통하여 내면의 어두움을 정화하는 은혜가
더욱 큰 위안과 감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커피를 한 잔 내려서 자리에 앉는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바람이 살갗에 닿는 느낌은
시원함을 넘어서 내가 살아있음 그 자체를 인식하게 해 준다.
이는 바로 지금 순간을 오롯이 마음에 품을 수 있는 그런 상태.
이런 순간에는 과거와 미래가 오고 가는 생각들 마저도
잔잔한 바람에 실려서 나의 현존에 살며시 녹아든다.
후회나 두려움 없이 그 자체의 생각이 뛰어노는 것을 바라본다.
먼발치의 배경에서 마치 아이들이 놀이터를 뛰노는 것을 보는 마냥
그렇게 생각의 풍경 속에서 은은하게 머물 수 있다.
살아오면서 나에게 진정한 기쁨을 느끼게 한 것은 무엇인지 떠올려본다.
원하는 대학과 기업에 합격한 일.
어떤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고 승진했던 기억.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늦게나마 결혼을 할 수 있었던 순간.
사실 그 모든 것을 떠올려보면 지금 나에게는 그저 덤덤하게 다가온다.
그 순간에는 기뻤음이 분명했지만
곧 그다음 삶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그에 따른 어려움이 다가왔다.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걱정,
대기업에 입사했으나 결국 포기하고 인생 나락으로 떨어졌던 과거.
혼신을 다해 일을 했지만, 결국 타인에게 빼앗기거나 건강이 악화되었던 일.
결혼도 서로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누구나 마음고생을 하기에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니다.
삶의 모든 순간들은 새옹지마라는 것을 절절히 경험했기 때문에
이러한 기쁨은 그저 지나가는 바람을 닮았다.
그리고 지금도 떠올리면 행복하고 감사한 것은 무엇이었나 떠올려본다.
37년을 방황하다가 아내의 손에 이끌려 교회를 방문했을 때,
바로 입구에서 들리는 예배 전 찬송가 소리에 주체할 수 없는 벅참을 느꼈다.
마치 오랫동안 어디 길을 잃고 방황하다가 고향집에 돌아온 느낌이랄까?
목사님 말씀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그저 울컥한 마음을 내내 참으면서
수시로 조용히 그렇게 눈물을 한 시간 동안 흘렸다.
그것을 성령님이 임재하심에 은혜를 받았다고 아내가 이야기해 주었다.
난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그때 모든 것을 그냥 알게 된 느낌이었다.
우리 안에 생각, 감정, 이성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추상적인 영혼의 개념이 아닌 무의식 중에 깔려있던 그 모든 배경.
그것이 우리의 단어로 영혼, 영성, 무의식, 배경자아 등으로 표현되는 것을...
나의 내면에 잘 인식하기 어려운 그 무엇의 존재를 조우하는 순간.
그리고 그것이 보호받고 인도하심을 받는 사실을 마음에 느끼는 그 순간.
그것에 대한 기쁨은 지금 생각해도 벅차다.
감사와 행복의 순수한 형태를 마주하면 인간은 그로 말미암아 고통에서 잠시 벗어난다.
삶의 고통이나 고난의 순간이 어찌 없겠는가?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나에게 닥쳐오는 진짜가 아닌 허구라는 것.
그리고 영원히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나를 스쳐 지나간다는 것.
그것에 집중하면 삶의 고통이 순화되고 성장을 위한 계단 오르기임을 알게 된다.
그 깨달음은 지성이나 이성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문득 다가와 알게 되고 깨닫게 되는 것이기에 그것이 주는 기쁨은 영원하다.
종교의 어떤 영역을 통해서나 때론 자신의 영적 수행을 통해서나
어떤 지혜와 깨달음을 영혼으로 받게 되는 그 순간.
진정한 기쁨이 찾아온다.
세속적인 물질이나 지위가 주는 잠시 스쳐감의 기쁨이 아니라
두고두고 마음에 자리 잡아서 우리 생이 다하는 날까지 이어지는 진정한 기쁨.
그것에서 우린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자유로움을 느낀다.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관심을 빼앗기고 조급함이 들 때도 있으며 불안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하루에 아주 잠깐이라도 진짜 나의 모습과 영혼을 조우하는 일.
그리고 모든 것은 신으로부터 주어진 것임을 순수한 감사로 느껴보는 것.
그 마음을 자주 가져볼수록 마음의 영원한 기쁨의 조각들이 심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