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맞벌이 부부

레버리지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하다

by 상승추세

주찬은 회사를 다니면서, 삼십 대 중반의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못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살았지만, 그래도 현재를 보기보다 미래를 봐주는 소개팅 상대를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결혼을 하게 되었다. 주찬과 미리의 신혼집은 미리의 직장 바로 앞에 있던 10평 남짓한 오래된 주공 아파트의 월세집이었다.


주찬과 미리는 수원 인계동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던 어느 날, 큰 길가에 걸려 있던 아파트 분양 플래카드를 보고 나서는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모델 하우스까지 찾아가게 되었고, 한번 구경이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들어가게 되었다.


"어서 오세요. 혹시 예약하고 오셨을까요?"


따뜻한 환대를 맞으면서 들어가, 모델 하우스를 구경하면서 설명을 들으니 4억 원 정도 하는 아파트인데 계약금 4천만 원만 내시면 나머지는 3년 뒤에 입주할 때 내시면 된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솔깃하게 느껴져서 주저하는 모습을 모델 하우스 상담사에게 보이게 되었다.


"백만 원만 내시고 가세요. 지금 물건이 다 나가서 지금 가계약이라도 걸어놓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안 그러면 내일 오시면 저층 밖에 안 남아서 1층 계약하셔야 하는데, 그러면 나중에 잘 팔리지도 않습니다. 고객님."


주찬과 미리는 고층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가계약을 걸어야 6층 물건이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심하게 흔들리게 되었다. 왠지 처음 가 본 모델 하우스, 무언가 횡재하게 될 것 같은 그리고 이 기회를 놓치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만 같은 조급함에 결국 가계약금 백만 원을 송금하고 나오게 되었다.


아주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아파트는 신갈에 있던 아파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큰길 가에 있는 소단지 나 홀로에, 초등학교도 멀리 있는 그런 아파트였고, 3년 뒤 입주할 때도 계속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그렇고 그런 아파트였다.


백만 원만 가계약한 것이기는 했지만, 주찬은 불안한 마음에 부동산을 그래도 잘 아는 친구라 여겨졌던 철수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을 해주었다.


"철수야, 나 지금 수원 인계동에 있는 아파트 가계약 걸고 왔는데, 나 이거 잘한 걸까?"


대략적인 설명을 들은 철수는 나름 더 정보를 모아본 후 주찬에게 다시 전화를 걸겠다고 했고, 잠시 후 다시 통화를 이어가게 되었다.

"백만 원만 입금하고, 계약서 쓰거나 한 거는 아니지?"


"응, 계약서는 내일 와서 쓰면 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백만 원만 입금하고 나왔어."


"그래도 완전 양아치는 아닌가 보네. 계약서 쓴 거 아니면, 그래도 내일 가서 돌려 달라고 하면 백만 원 돌려받을 수 있을 거야. 낼 바로 다시 찾아가."


"대기업 브랜드에 새 아파트인데 4억 원 정도면 나중에 입주하고 나서 오르지 않을까?"


"오르긴 오르겠지. 남들 20% 오를 때, 2% 정도? 소단지 아파트는 아니라고 했잖아. 아무리 새 아파트라고 해도 사람들이 선호할만한 입지도 아니고."


"선호할만한 입지? 그런 게 있어? 아파트면 다 똑같은 아파트 아니야? 새 아파트냐 헌 아파트냐 그 정도 차이는 나도 잘 알겠구먼."


"입지는 아파트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야. 입지 다 따져본 다음에 그다음이 새 아파트냐 브랜드가 뭐냐 그런 거를 봐야 하는 거라고."


"그래? 입지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해지하라는 거지? 내일 그럼 바로 해지할게."


주찬은 그렇게 분양 계약을 실행하지는 못하고, 가계약에서 중단을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뭔가 허전함이 있어. 미리와 함께 근처의 영통에 있는 모델 하우스를 가서 결국 다른 아파트를 계약까지 하게 되었다. 도보로 20분 정도에 전철역이 있다는 이유로 역세권이라고 생각을 했고, 부동산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누가 그 건설사 다니는데 괜찮은 거 같다는 추천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왠지 혼날 것 같아서 철수에게는 아무 연락도 하지 않고 계약까지 마무리 지어 버리게 되었다. 사실상 인계동에 있던 아파트와는 크게 다르지 않은 그냥 건설사만 다르고 주소지만 약간 다른 쌍둥이 같은 아파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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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흘러 영통에 있는 아파트로 애 둘을 데리고 입주하게 된 주찬과 미리는 어느 날 전화를 받게 되었다. 부동산에 매물로 내놨지만 4년간 팔리지 않았던 신갈 아파를 매수할 사람이 있다는 전화였다.


"자기야, 드디어 신갈 아파트 사겠다는 귀인이 나타났어."


"정말? 그럼 우리 목돈이 좀 들어오는 거야?"


"아니,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아. 그동안 전세금 올려 받았는데, 전세금이랑 매매가랑 큰 차이가 없어."


"에이, 좋다 말았네. 그럼 굳이 뭐 하러 팔아?"


"2년마다 세입자 찾기 귀찮잖아. 내가 사는 집도 아니고."


주찬은 그렇게 처음으로 매수해 본 아파트를 팔게 되었고, 아파트를 팔게 되면서 가격에 대해서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영통에 새로 입주한 아파트의 가격을 잘 찾아보니, 이상하게 1년간 가격이 그대로인 거 같았는데,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아파트들을 찾아보니, 꼭 우리 집처럼 근처의 모든 아파트들이 가격이 그대로라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럴 때 생각나는 친구 철수에게 주찬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철수야. 잘 사니? 너 요새 잘 살고 있지? 요새는 어디에 살아?"


"나? 지금 방배동으로 이사 왔어.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서 질렀는데, 부모님 도움도 조금 받았고."


"오, 강남으로 이사 갔구나? 나 사실 질문이 하나 있는데. 나 그때 너한테 말했던 아파트는 가계약 해지하고 가계약금도 돌려받고 했는데, 새 아파트에 미련이 너무 남아서 근처에 다른 아파트를 질러버려서, 지금 입주까지 하고 있거든. 그런데 일 년 정도 지났는데 가격이 오르지가 않네? 이게 무슨 일일까? 여기저기서 들었을 때는 새 아파트면 입주하고 바로 가격이 많이 오른다고 그러던데?"


"좀 물어보고 일을 벌여야지. 한동안 연락도 잘 안 하더구먼. 너 내가 그때 입지 얘기했던 거 기억나?"


"응. 기억은 나지. 입지가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너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어디인지 말해봐."


"응, 영통 입구에 있는 센트로 아파트야."


철수는 한참을 PC로 한참을 찾아보다가 주찬에게 다시 물었다.

"수원 영통에 센트로 아파트는 없고, 바로 옆 용인시에 센트로 아파트는 있는데? 혹시 이거니?"


"응, 곧 수원으로 편입될 거라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가 보네. 나는 입주할 때쯤이면 수원으로 바뀌어 있을 거라는 모델 하우스 직원말만 듣고 들어오긴 했는데, 아직 안된 거 같기는 해."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있기는 한데, 시가 달라서 못 보내는 거 알지?"


"응, 그거 때문에 8차선 건너고 한참 떨어진 용인에 있는 초등학교 보내야 한다고 주민들이 말이 많은 것 같기는 하더라."


"전철역이 아주 애매하게 있는데, 너 분양받을 때는 역세권이라고 홍보했을 것 같은데, 그거 직접 걸어서 소요시간 체크해 보고 그런 것도 아니었겠지?"


"응, 나는 주로 차 가지고 출퇴근하니까. 전철역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라서."


"너 참 대단도 하다. 무슨 생각으로 그 비싼 아파트를 산 거니? 내가 자세히 설명 안 해줘도 왜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는지 너도 이제 대충 눈치챌 수 있을 거 같은데?"


주찬은 그 당시에는 철수의 아파트와 자신의 아파트 가격이 1.5배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있었지만, 십 년도 채 지나지 않아 5배까지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는 못했다. 다만 아내 미리와 함께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4억 원 아파트에 살면서 3억 원이 대출인데, 집값마저 오르지 않는다면 이것은 분명 뭔가 꽈배기처럼 꼬이기 시작한 것이라는 의견에는 서로 동의를 하게 되었다. 주찬은 자기 나이에 비해 모아놓은 재산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있어서, 무슨 대안이 있을지 다음날 미리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자기야, 우리가 맞벌이를 하고 있으니, 소득은 사실 적은 편이 아닌 것 같은데, 자산은 너무 적은 것 같은데 뾰족한 수가 없을까?"


미리는 잠시 고민하다 평소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맞벌이고, 각자 나름 탄탄한 직장을 가지고 있으니, 큰 무리 없이 신용 대출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전부터 그렇게 받은 대출을 가지고 주식을 하던 부동산 투자를 하던 무엇이라도 한번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


"남들이 자주 말하는 레버리지 얘기하는 거구나?"


"응, 정확히 자기가 말하는 레버리지가 이 것을 의미하는지는 몰랐지만,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신용을 가지고 아무것도 안 한다면 그게 정말 큰 손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나 할까?"


"하긴 우리 둘이 대출을 받으면 적지 않은 돈이 되긴 할 거야. 내 친구 철수라고 재테크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 있었다고 했지? 사실 어제 그 친구한테 들었던 이야기도 자기가 지금 한 얘기와 연결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은 있어. 레버리지의 다른 말일 거 같기도 한데, 이왕 굴리는 큰 눈덩이 굴리는 게 작은 눈덩이 굴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눈이 달라붙는다나 뭐라나 그러더라고."


"그게 무슨 의미야?"


"지금은 강남에 있는 아파트와 지방에 있는 아파트가 가격 차이가 2배 정도 차이가 나지만,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에 그 차이는 더 벌어져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 30억 원 자산이 5% 오를 때랑 3억 원 자산이 5% 오를 때 오른 금액의 절대적인 비율도 똑같이 10배 차이가 나게 된다는 의미였어. 이왕이면 대출 없이 형편에 맞는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는 대출을 좀 받더라도 더 비싼 집을 산다면 나중에 두 아파트 간의 가격 차이는 더 벌어져 있을 거라고 예상이 가능하다고 하네. 흔히 부채도 자산의 일부라고 이야기들 하잖아. 대출을 받는 것이 좋은 행동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출을 자산으로 편입시키면서 인플레이션의 효과를 더욱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거지. 사실 현금의 가치는 계속 줄어드니까, 십 년간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십 년간 현금 가치가 줄어든 만큼 부채의 실질적인 크기는 줄어든다고 볼 수 있고, 십 년간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만큼 자산 가치가 증가할 때 실질적인 순자본만큼의 인플레이션 상승폭만이 아니라 부채에 해당하는 인플레이션 폭만큼도 더해서 가져갈 수 있다는 거지."


"오. 갑자기 뭔가 깨달은 사람처럼 얘기하네?"


"흔히들 복리의 가치는 다들 강조하고, 그래서 단순히 예금보다는 복리의 효과를 가질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꼭 복리만이 아니더라도, 지렛대를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지렛대를 어떻게든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조언을 해주더라고. 보통 부자는 디플레이션이나 안정화 기간 때에 생기는 게 아니라 인플레이션 기간 동안 많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때를 잡기 위해서는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게 필수적이고, 일단은 손쉽게 레버리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전세를 낀 아파트를 사거나, 대출을 일으켜서 좋은 집을 사거나 그런 방법들일 거라고 들었어. 또 분양권 같은 경우도 계약금 10% 정도만 내고 입주하긴 전까지 2~3년간 10배 정도의 자산을 보유하는 격이 되니 훌륭한 레버리지가 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듣고 보니,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기는 한데 부동산은 항상 투자가 아니고 투기라는 말이 많이 있어와서 고민이 되는 부분이기는 하다."


"물론 그렇기는 한데, 4년 넘게 단 한 사람도 사겠다는 연락이 없었던 신갈 아파트가 팔린 것을 보니, 내 생각에는 이전과는 다르게 뭔가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아닐까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나 할까?"


"그럼 뭐라도 좀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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