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신갈동에서의 작은 꿈
주찬은 회사원이 되었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나오면 서울에서 취직할 수 있을 거라는 헛된 기대와는 다르게 수원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신입사원 연수를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연수원은 분당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었고, 집이 있는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한참을 내려가서 입소를 하게 되었다. 신입사원 연수원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저녁, 같은 회사를 들어간 대학교 친구 지현에게 전화가 한 통 오게 되었다.
"주찬아, 연수받을 만 하지? 회사 퇴근 버스 타고 가다가 너 있는 연수원 앞 지나가는데 생각나서 전화 걸어봤어."
"어? 버스를 타고 여기를 지나가고 있다고? 그럼 우리 회사는 지금 여기 연수원보다 더 아래에 있다는 거네?"
"당연하지, 회사가 수원에 있는데. 너는 그럼 회사가 분당보다 위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아... 맞네. 나는 그런 생각까지는 안 했고, 여기 연수원 오면서 서울에서 너무 멀다고만 생각했지."
"그래 아무튼 우리 회사는 네가 지금 있는 곳보다 더 멀리 경기도에 있으니, 회사 다닐 때는 각오하고 다녀야 할 거야. 나도 서울에서 수원까지 출퇴근하느라 평일에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네. 파이팅 하고!"
주찬은 서울에만 자라서 경기도에 대한 개념이나 거리감이 없던 시절이라 수원이 멀다는 친구의 말이 그렇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다만, 이곳도 너무 먼데, 회사는 도대체 우리 집에서 얼마나 멀다는 것인가,
경기도의 거리감에 대해서 생각하게 본 계기가 되었다.
'그럼 우리 집에서 출퇴근이 과연 가능한 걸까? 내가 사는 서울보다 경기도 아래 지방으로 뭔가 많이 있기는 한가 보다.'
주찬은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수원으로 출퇴근을 하게 되었고, 그러던 어느 날 같은 회사에 다니는 친구 지현이의 신혼집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용인 신갈동에 있는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였는데, 추운 겨울 서울집에서의 그 추위가 너무 싫었던 주찬은 친구의 따뜻한 아파트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손님방에서 혼자 잠을 청하면서, 마음속으로 경기도 아래로 내려와도 좋으니 우리 부모님도 이런 따뜻한 집에서 지내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게 되었다.
'하나님, 이런 집 많이 비쌀까요?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이런 아파트에서 사시면 따뜻하고 좋을 텐데, 너무 부럽네요. 우리 가족도 이런 아파트로 이사 올 수 있게 해 주세요. 서울 밖에도 이렇게 아파트들이 많은데 우리 가족 살만한 아파트 한채 정도는 저도 구할 수 있겠죠?'
입사를 하고 삼사 년이 흘러 수원에서 서울로 왕복 4시간 걸리는 출퇴근에 지쳐갈 무렵, 살고 있던 고모집에서 나와야 하는 사정이 생기게 되었다. 주찬은 고민 없이 부모님께 회사가 있는 수원에서 가까운 용인 신갈동으로 이사 갈 것으로 제안했고, 주택 담보 대출과 그동안 모아놓은 돈, 그리고 부모님이 가지고 계신 돈을 더하니, 주찬이 대학교 입학할 때 지어진 소단지의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자금이 모이게 되었다.
이 집을 살 때는 정말 가족이 따뜻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 하나만으로 살 수 있는 집을 산 것이었지만, 나중에 집을 팔기 위해서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던 시기였다. 나중에야 왜 대단지 아파트를 사야 하고, 이왕이면 대장 단지가 좋다는 사실을 집을 처음으로 팔아 본 이후에야 알 수가 있었다. 다세대 주택과 빌라가 많은 모여 있는 지역에 있는 작은 아파트라 거래가 많이 있을 수가 없는 조건이었는데, 그런 것까지는 생각할 여유도 안목도 없는 나이인지라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가 넘치는 집이었다.
따뜻한 아파트라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집이기는 했지만, 나중에 8년이 지나 겨우 신갈 아파트를 팔 수 있게 되었을 때, 철수를 통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단지가 크면 단순히 관리비가 적어질 수 있다는 장점은 매우 부가적인 측면이고, 나중에 집을 팔고자 할 때 더욱 팔기가 수월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는 것을 들었는데,
"생각해 봐, 무슨 무슨 동을 얘기할 때 보통은 대장 아파트를 떠올리게 되잖아? 반포 자이나 대치동의 은마나 잠실의 주공 5단지나 분당의 시범단지나 송파 헬리오나... 등등등. 아무래도 비교의 잣대가 되다 보니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되지. 아무래도 유명하니까 사람들이 먼저 찾아가게 돼. 비교할 곳이 애매하니 그곳과 비교를 하게 되고, 잘 모르면 그 동네로 이사가게 될 때 거기부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지. 그런데 단지가 작은 곳은 대장이 될 수가 없어. 일단 커야 돼. 그래야 사람들 입에 잘 오르내리게 돼. 또한 바로 그런 곳을 매수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찾아가는 것일 테고."
주찬은 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물어보았다.
"5천 세대 아파트는 아무래도 5백 세대 아파트보다 열 배 이상 유명하기는 하겠지?"
"사실 절대적인 차이는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을 거야. 한 세대에 3명이라고만 쳐도 만오천 명 대 천오백 명의 차이가 생기잖아."
"그럼 지역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일까?"
"당연하지, 서울이라면 당연히 강남, 강남에서도 압구정동이나 반포동이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 왜 그런지 생각해 봤어? 개포동이나 잠실도 많이 떠오르기는 하지."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뭐 비슷하지. 이런 곳은 예전에 주공 아파트가 많이 지어졌던 곳이야. 아주 예전에 강남은 사실 강북 대비 신도시 같은 느낌이었잖아? 아파트가 많이 지어졌던 동네. 그리고 방금 말한 개포동, 잠실동, 반포동 이런 곳도 사실 70년대 주공 아파트가 대량으로 지어졌던 곳이야."
"대장 동네인 건가?"
"그렇게 보는 게 정확하겠지. 아무래도 주택이나 빌라가 많은 곳 대비해서 아파트가 많은 곳이다 보니, 게다가 주공 아파트면 보통 큰 단지가 많이 있으니, 대장 아파트가 많은 동네가 되어 버리는 거야. 그러니 결국 사람들 입에 더 자주 거론이 되는 거야."
주찬은 정말 묻고 싶었던 질문을 바로 이어서 던졌다.
"그럼 신도시 중에서 가장 대장은? 바로?"
"맞아. 나도 그 말하려고 계속 이렇게 몰고 왔는데, 신도시 중에서 가장 큰 신도시라고 말할 수 있고, 가장 많은 아파트 단지가 있는 곳. 분당이 가장 대장 도시라고 봐도 틀리지는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