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상승추세

"딱 네 번이었어."

철수가 힘주어 강조했다.


"그리고 그중에 정말 주택 공급이 대규모로 이루어져서 집값이 하락했던 경우는 사실상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로 인해 과다 공급이 일어났던 1991~1992년도 밖에 없긴 할 거야."


주찬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말을 자르며 질문을 했다.

"그럼 나머지 세 번은?"


"그게 첫 번째 하락이었고, 두 번째는 네가 군대를 갔던 IMF. 1998년도였어. 그 당시는 사실 집값만 떨어진 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세 번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고. 이때 역시 집값만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고, 심지어 우리나라 자산 가격만 폭락했던 것은 아니었지. 우연히 십 년 주기로 IMF와 글로벌 금융 위기가 찾아오니 십 년에 한 번씩 집값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이상한 공식 같은 것도 생겨나곤 했었고."


"두 번째, 세 번째 하락은 어떻게 보면 주택이나 아파트 때문이 아니라 그것 말고 외적인 요소 때문에 집값이 하락했던 경우로 보는 게 맞겠네. 첫 번째와 확실히 다른 경우였다는 게 이해가 돼."


"그렇지. 그리고 네 번째도 사실 2022년~2023년 경이기는 한데, 이 때는 또 코로나로 인한 거대한 유동성이 휩쓸고 간 직후라, 경제적으로 봤을 때 첫 번째 경우와는 결이 다르고, 오히려 두 번째, 세 번째와 유사한 경우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 금리 인상이 급격히 올라간 원인도 있고, 그전에 급격하게 집값이 뛰어서 그 후유증으로 쉬어간 측면도 있기는 하거든."


주찬은 흔히들 농담으로 하는, 조선시대에도 한양 도성 내에는 초가집 가격이 비싸서 서민들이 너무 힘들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택 가격이 조사되기 시작한 게 수백 년 동안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70년대 이후라고만 쳐도 50년 넘게 통계적인 행위가 이루어져 왔던 것인데, 그 긴 기간 동안 주택 공급이나 수요에 의해서 주택 가격이 떨어진 게 겨우 딱 한 번이라니... 네 번 중에 두세 번도 아니고, 딱 한번.


"그럼 그 당시에 분당에 아파트가 몇 채가 공급이 되었던 거야?"


"음... 1기 신도시 다섯 군데로 보면 총 30만 호 정도였고, 분당만 치면 10만 호가 공급이 되었지. 그 당시에는 그렇게 통계가 활발히 정리되던 시기는 아니라서 정확한 숫자는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던데, 2000년 초반에 서울에 아파트가 백오십만 호 정도 있었다는 기록은 봤던 거 같아. 그럼 분당 신도시가 들어설 즈음에는 아무리 공격적으로 잡아도 백만호는 안되었을 거 같은데, 그럼 1기 신도시로 기존 서울에 있던 아파트의 30% 정도가 한방에 공급되는 엄청난 파급력 있는 공급 정책이었던 거지."


"정말 대단하네. 공급으로 한방 묵직하게 넣어주려면 그 정도 돼야 서울 집값이 흔들흔들하게 되는 거구나?"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지금부터야. 너는 지금 2017년에 살고 있고, 1991년으로 다시 돌아갈 게 아니잖아? 대략적으로 서울의 30% 아파트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으니, 노후화가 되는 것도 거의 동시에 이루어질 거라는 게 예상이 가능한데, 앞으로 십 년 후 2027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르긴 몰라도 뭔가 큰일이 벌어지기는 하겠네... 이런 대답을 원하는 거지?"


"그래 주찬아, 그 멀지 않은 미래를 예측하는 게 지금 당장 네가 해야 할 일이야."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