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02> 2024. 9. 20.(금)
5시 20분, 어김없이 울리는 휴대폰 알람을 단칼에 잠재우고, 좀 더 잠을 청한다. 오늘은 사위의 패밀리데이. 회사를 하루 쉬게 되어 손녀딸 등원을 맡기로 했다. 7시 반쯤 일어나니, 제법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다. 가을장마란다. 비가 세차게 오니 손녀딸 등원이 걱정된다. 사위가 어련히 알아서 잘할 텐데, 이런 걸 '걱정도 팔자'라고 하나 보다.
아, 금요일은 어린이집에서 '트니트니'라는 체육 활동을 하는 날인데, 그때 손녀딸이 즐겨 신는 실내화가 있다. 그런데, 아뿔싸! 그 실내화가 내 차 안에 있다. 실내화를 갖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 실내화를 신겠다고 울며 보채는 손녀딸의 얼굴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이야기하니,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정 그러고 싶으면 그러란다. 그런데 갖다주기 전에 사위한테 먼저 전화를 해 보란다. 전화해 보나 마나, 그 실내화를 갖다주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아내의 말을 듣기로 한다. 8시 40분쯤이다. 곧 손녀딸은 어린이집으로 출발할 터이다. 어쩌면 자신이 원하는 실내화가 없다고 울음을 터뜨렸을지도 모른다.
서둘러 사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열 번 넘게 울렸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아,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사위가 전화를 받았다. 다행히 손녀딸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사위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손녀딸에게 '트니트니' 할 때 신는 실내화를 신을지 말지 물어보라고 했다.
사위가 손녀딸에게 묻는 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들려왔다. 대략, "○○아, 트니트니 할 때 신는 실내화 말고, 집에 있는 공주 실내화 신어도 괜찮겠어?"라고 묻는 듯했다. 손녀딸이 뭐라고 했는지는 들리지 않았는데, 곧 사위가 손녀딸의 대답을 전해주었다. 공주 실내화 신어도 괜찮다고 했단다.
아, 손녀딸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내와 내가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때 손녀딸은, 트니트니 할 때는 꼭 무지개 실내화를 신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어린이집 신발장 앞에서 공주 실내화로 갈아 신기다가 헐레벌떡 차로 달려가 무지개 실내화를 가져오곤 했다. 그런데 제 아빠가 물어보니까, 공주 실내화 신어도 괜찮다고 했다니...
9시 10분, 사위가 손녀딸 등원을 마쳤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예상보다 빨리, 순조롭게 등원했다. 그렇지 할머니, 할아버지보다는 역시 아빠다. 손녀딸은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다가, 아빠 손을 잡고 행복하게 하원할 것이다. 언젠가, 하원할 때 아빠가 데리러 오면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자랑한다고 했는데, 오늘도 친구들에게 자랑했는지 조금 궁금하다. 나중에 손녀딸에게 한번 물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