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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ry는 PM Jul 07. 2024

24년 7월 6일

산다는 것은 피곤한 것이구나

1.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그만두는 것이라는 말이 자꾸 머리에 맴돈다. 나는 두 번의 이직 과정에서 모두 사람을 그만두었다.


첫 회사는 상사들이 나를 너무 당당하게 방치하는 일이 잦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걸 알면서 건들지 않는 게 돕는 거라 믿는 사람들이었다. 업무량이 많아서 매번 자정까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 GM (Gross Margin)이 떨어질까 봐 업무 시간을 일부러 몇 시간씩 줄여서 적었다. 나는 일할 때 전력질주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 정도로 거의 항상 격무에 시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만둔다고 이야기하니 나를 뽑았던 상사가 '내가 너를 방치한 게 맞았노라' 인정했다. 그녀는 태연한 얼굴로 내게 사과를 했다. 입사 초반에 내게 다른 큰 회사의 공채로 들어가 보는 게 어떻겠냐고 묻던 그녀의 얼굴이 스쳤다.


두 번째 회사는 팀장이 너무나도 무능했다. 그리고 그 무능함이 팀 내에 만연했다. 여전히 나 홀로 달려야만 했다. 번역 회사에서 일하면서 비효율적인 걸 참지 못하게 되었는데(비효율은 모두 비용의 낭비이다), 이곳은 단순히 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당연하다는 듯이 비효율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종국에는 내 방법이 너무 어렵다고 나를 손가락질했다. 번역을 하면서 Jira 같은 프로젝트 관리 플랫폼이나 memoQ 같은 번역툴을 사용하지도 못하면서(사용할 마음도 없으면서) 내 업무 방식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몰아갔다. 무척 소모적인 날들의 연속이었다. 뜻 모를 견제와 미묘한 괴롭힘이 이어졌다. 어느 순간이라도 넘어지면 짓 밟힐 판이라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퇴사하며 투서에 가까운 글을 인사팀에 넘겼다. 조직장(팀장의 상사)과의 면담에서도 경고했다. '저 사람 밑에서 이 조직이 성장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거다.' 팀장에게 괴롭힘을 당한 수많은 퇴사자가 겉만 훑고 떠났다면 나는 정곡을 찔렀다고 생각했다. 나는 당당했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도 없었다.


2. 새로운 팀의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는 그림은 없었다. 다만 내가 그랬듯 사람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다들 하지 않길 바랐다. 일부러 실없는 농담을 던지고, 주말에 뭘 했는지 물으면서 마음에 벽을 허물고 싶었다. 우리가 한 가지의 목표를 위해 함께 달려 나가고 있다고, 우리는 같은 팀이라고 굳이 완곡하게 설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당신들에 대해 알고 싶고, 당신들을 신경 쓰고 있다고. 당신이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되는 것이라고.


나는 진심은 통한다고 믿는 편이다. 너무 순진하고 바보 같은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항상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떳떳하게 살고 싶다. 가능하다면 언제나 친절하고 싶고, 다정하고 싶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다.


3. 만년필을 결국 구매했다. 그리고 얼떨결에 다이어리도 구매하고, Nukak에서 다이어리 커버도 구매했다. 쓰지 않으니 갈피를 못 잡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나를 잡아매기 위한 투자다. 생각이 중구난방으로 튀어 나가는 것도 좀 정리가 되지 않을까. 다음 주도 파견 일정을 소화해야 하고 이것저것 챙길 게 많은 한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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