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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한 밍 May 06. 2024

되새김

<기억>

  23년 6월, 필름 카메라를 선물로 받은 후

이것저것 풍경을 담아보기 시작한 지 어느덧 약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열심히 찍긴 찍는다고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을 기웃기웃 거리며

조금씩 조금씩 셔터를 통해 한 컷 한 컷 모으고,

잠시 쉬어가길 여러 차례 반복하다

약 반년만에 네 번째 필름을 인화했다.


마침내! 드디어!


  이번 필름엔 작년 11월,

친구들과 함께 태안에 갔던 사진,

얼마 전 홀로 산책 겸 꽃구경 갔던 사진 등의 기억이 서려있었다.

그중 단연코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은 사진은...

뭔가.. 뭔가 뭔가 해 보이는 음식 사진들이었다.

분명 감탄하면서 먹은 게국지와 부추탕수육인 것인데,

이걸 반년 뒤에 필름으로 인화한 사진으로 보자 하니.....

허허.. 인 셈이었다.


  덩달아 당시 친구들과 함께 다녔던 풍경을 다시 곱씹으며,

칼바람을 오래 쐐 머리가 아파왔던 그 기억이 떠오르고,

덩달아 불멍에 쓰이는 장작용 나무에 직접 직화구이 해가며

'장작에 직접 고기를 구워 먹으면 맛있을까?'

에 대한 호기심을 몸소 실천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호기심은 호기심으로만 두자.)


그렇게 11월 여행길을 뒤로한 채 얼마 전 나 홀로 꽃구경 갔던 때의 사진을 마주한다.

핸드폰 사진으로만 보다 필름인화로 보는 꽃은 색다른 감성을 자아냈다.

'역시 이래서 필름카메라를 쓰는 거구나.'

  퇴원 후 처음 제대로 구경해 보는 꽃이 얼마나 싱그럽게만 보이던지. 이 광경을 언제 즈음 볼 수 있을까 싶던 그 막연함을 지나, 실물을 눈앞에 마주하고 있으니 감회가 달랐던 때였다. 때마침 업무적으로도 바쁜 것을 막 마치고 난 후, 잠시 숨 쉴 틈이 있던 때 느꼈던 풍경이라 그럴까? 괜스레 반가움이 더 컸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번 연휴, 작년과 올 해에 걸친 추억을 되새긴다.

그리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한 채비를 한다.


다섯 번째 필름엔 어떤 추억이 담겨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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