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질에 대한 생각>
1.
유독 심술을 부리고 싶은 날,
스리슬쩍 다가가 한 마디 툭 건넨다.
"아...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2.
뒤돌아보는 이의 곱지 못한 시선과 앙 다문 입술.
오늘도 기어코 올 놈이 왔구나 싶은 듯한 제스처로 으레 하고 있던 작업에 다시 눈길을 돌린다.
작업 중 난관에 막혀 골똘히 고민하고 시도하고, 다시 제자리도 돌아오기를 십 수 분째.
또다시 들려오는 한 마디.
"아...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니까~"
들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한 의식을 거행한다.
3.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슬며시 미소 짓고 있는 입꼬리와 무슨 일 있냐는 듯한(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눈빛.
꿀밤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깐족거림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온다.
"긁힘?"
고작 단 두 음절로 깐족거림의 화룡점정을 찍어낸다.
4.
두 음절의 효과는 강력했다.
"아 저 xxxx가!"
결국 단전에서부터 치솟아 오르는 답답함과 화를 참아내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의 근원지를 맹렬히 쏘아본다.
한 대 칠 기세로 턱턱 다가가려는 찰나, 주변에서 나를 말리기 시작한다.
"으휴 저 찐따놈 여기서도 이러네."
"참으세요. 저 xx 일부러 그러는 놈이에요."
5.
"긁혔네."
한쪽 입꼬리만을 올린 채 상황을 즐긴다.
어디 한 번 쳐볼테면 쳐 보라지. 절대 못 칠걸?
난 이미 네가 헤매는 작업에 대한 해결책을 알고 있고, 너는 그게 궁금할 테니까.
내가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네가 뭘 어쩔 수 있는데?
한창 우월의식으로 인한 자아도취에 취해있어야 할 시간.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며 자리에서 쓰러지고 만다.
정신을 차렸을 무렵, 내 주변엔 적막함만이 가득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아 나 쫓겨난 거야? 에휴 제대로 긁혔나 보네.'
그렇게 심술을 부리기 위한 다른 목표를 물색하려던 찰나 무언가 달라졌음을 인지한다.
'어? 왜 아무것도 없지? 뭐야! 왜 진짜 아무것도 없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