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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한 밍 Oct 13. 2024

7-38-55

<생각>

  첫인상을 논할 때면 항상 거론되는 법칙이 하나 있다. 심리학자 메라비언이 제시한 '메라비언의 법칙'. 말하기/소통을 주제로 하는 콘텐츠에서는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법칙으로, 사람 간 의사소통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호감도를 결정짓는 요소의 비율이 언어적 요소 7%, 청각적 요소 38%, 표정과 태도 등의 시각적 요소가 55%를 차지하고 있음을 제시한다.


  이러한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대개의 콘텐츠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금세 눈치채기 쉽다. 아, 시각적 요소에 해당하는 것을 가꾸라는 거구나. 표정과 행동, 태도 등을 잘 훈련하라는 거구나. 물론 사람과의 만남에서 가장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요소가 시각에 의한 요소이다 보니, 깔끔한 용모, 단정한 옷매무새, 간단한 제스처 등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자신의 언어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음에는 맞으리라.

  이는 DNA에 각인되어 있는 본능과도 직결되어 있다 보니 타인의 외적인 요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를 활용하는 측면인지라 적절한 말이다.


  이는 문학작품에도 묘사되어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는 한 명의 천문학자가 등장한다. 그 천문학자가 처음 발견한 B612 소행성에 대해 학계에 발표하는 자리가 그 이야기이다. 이 천문학자가 B612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였을 땐, 그 누구도 학자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저 엉터리라고만 이야기했을 뿐이다.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화자는 그 이유를 천문학자의 복장에서 찾는다. 터키 출신이었던 이 천문학자는, 학계에 자신이 발견한 소행성에 대해 최초로 발표하였을 당시, 터키 전통 복장을 입고 갔고 그 복장이 문제가 되어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이듬해, 터키 천문학자는 한 벌의 양복을 입고 나가 소행성 B612에 대해 같은 내용을 반복한다. 이때 학계의 사람들은 그 천문학자의 발표에 귀 기울이고 그의 발표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씁쓸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이다. 작품 속 천문학자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아닌, 그저 상상 속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했을지라도, 양복을 차려입은 그의 모습이라면 귀 기울여 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금세 씨잘데기 없는 소리라는 것을 눈치채고 흥미를 잃었을 것임에는 분명했을 것이다(해당 작품은 차별적인 요소에 대한 비판을 내포하고 있지만 이 내용은 거론하지 않겠다). 처음 사람을 마주하게 때, 사람의 외모, 옷매무새, 행동 외적인 요소에 눈이 수밖에 없는 어쩌면 당연한 처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받는 '언어적 요소'를 소홀히 한다면? 좋지 않은 인상으로 변모하며, 유쾌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다소 극단적인 상황일 수는 있겠으나, 초면부터 씨 x과 같은 욕설을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사람을 마주하면 어떠한 느낌을 받을 것 같은가..?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라도, 흠.. 글쎄..?


  '언어적 요소'에는 외적인 요소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사람의 가치관에서부터 최근의 삶에 대한 정보까지 사람의 '내면'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내가 마주하는 상대방에게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을 마주하는 '나'에게도 역시 동일하게 적용된다.

  나에 대한 정보를 언어적 요소로 전달함에 있어 어떠한 어휘를 사용할 것이며, 어떠한 논리를 통해 펼쳐나갈 것인지 등을 통해 나의 내면을 비춰주는 거울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내면을 가꾸었을 때 나오는 단단함과 그 품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우아함을 선사해 준다.

  '본받을 수 있는 사람'은 탄탄히 다져진 내면에서부터 출발한다.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 바 있다.

  '건강한 신체에는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이 문장의 겉모습에 절대 속지 말자. 이 문장의 본질은 외적인 모습에만 집중하는 고대 로마 당대의 모습을 '풍자'하기 위한 말이다. 육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내면에 대한 것을 다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한 맥락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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