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 팽이, 딱지, 축구
- 게임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였습니다.
바로 옆 같은 팀 친구에겐 조언을 주고, 응원을 하며 용기를 북돋워주었고, 몇 발자국 떨어져 있는 다른 팀 친구에겐 야유를 하며 견제하곤 했죠. 친구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탄성과 야유가 오가며 같은 시공간을 누렸습니다.
우리 팀이 선전할수록 기분 역시 한층 고조되었고, 역전이라도 하는 날엔 뛸뜻이 기뻐하며 몇 날 며칠 친구들과 옹기종기 오며 그날의 무용담을 펼치기 바빴습니다.
나름의 기술을 갈고닦으며 친구들 앞에서 발전한 기량을 뽐내기도 했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가끔은 팀의 끝판대장으로 출전하여 모든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곤 했습니다. 그때의 그 긴장김이란..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2. 크레이지 아케이드, 리그 오브 레전드
- 게임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같은 시간, 다른 공간을 공유하였습니다.
랜선 너머 각자 다른 위치에 있는 같이 게임을 하는 친구와 게임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눈앞에 펼쳐진 모니터 속 한정된 정보를 공유하였습니다.
상대 팀을 이겼을 때, 서로 잘했다고 격려하고 어떤 점이 좋았는지 칭찬하였습니다.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며 신신당부하기도 했죠. 그러다 어딘가 잘 안 풀리는 때가 오면, 서로 아쉬워하며 정적이 흐르곤 했습니다. 다음 판 이기면 된다며 얼른 게임을 진행할 때도 있었지만, 때론 다른 날을 기억하며 서로의 연결을 끊는 날도 있었죠.
가끔 터지는 센스 넘치는 움직임으로 위기를 모면할 때면 방금 어떻게 한 거냐는 감탄하는 메시지를 들었고, 기똥찬 플레이로 게임을 승리로 이끌었을 땐, 하루를 마무리할 때까지 친구와 그때 그 플레이를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3. 몬스터 헌터, 엘든링
- 게임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간혹 함께 플레이를 즐기는 때도 있지만, 이젠 혼자 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아졌습니다.
난관에 봉착하면 이것저것 여러 파훼법을 찾아보기도 하고, 우직하게 시간을 태워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도저히 난관을 헤쳐나갈 수 없을 것 같을 때엔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하지만, 이젠 여 타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찾기 위해 시도합니다. 실시간으로 나의 질문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함입니다. 나는 '지금' 정보가 필요한 것이지, '불확실한 미래'에 정보가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난관을 온몸 비틀어가며 파훼했을 때면 엄청난 성취감에 사로잡힙니다. 최종 보스를 잡으며 게임의 메인 테마를 들었을 때가 그랬고(지금도 이때의 떨림은 잊지 못합니다), 초반에 배치되어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사람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보스 몬스터를 잡을 때 역시도 그랬습니다. 이 무용담에 대해 아주 잠깐,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전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