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 무슨 게임해?

<일상>

by 밍밍한 밍

1. 팽이, 딱지, 축구

- 게임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였습니다.

images.jpg

바로 옆 같은 팀 친구에겐 조언을 주고, 응원을 하며 용기를 북돋워주었고, 몇 발자국 떨어져 있는 다른 팀 친구에겐 야유를 하며 견제하곤 했죠. 친구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탄성과 야유가 오가며 같은 시공간을 누렸습니다.

우리 팀이 선전할수록 기분 역시 한층 고조되었고, 역전이라도 하는 날엔 뛸뜻이 기뻐하며 몇 날 며칠 친구들과 옹기종기 오며 그날의 무용담을 펼치기 바빴습니다.

나름의 기술을 갈고닦으며 친구들 앞에서 발전한 기량을 뽐내기도 했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가끔은 팀의 끝판대장으로 출전하여 모든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곤 했습니다. 그때의 그 긴장김이란..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2. 크레이지 아케이드, 리그 오브 레전드

- 게임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같은 시간, 다른 공간을 공유하였습니다.

367049_20121213185318_691_0001.jpg

랜선 너머 각자 다른 위치에 있는 같이 게임을 하는 친구와 게임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눈앞에 펼쳐진 모니터 속 한정된 정보를 공유하였습니다.

상대 팀을 이겼을 때, 서로 잘했다고 격려하고 어떤 점이 좋았는지 칭찬하였습니다.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며 신신당부하기도 했죠. 그러다 어딘가 잘 안 풀리는 때가 오면, 서로 아쉬워하며 정적이 흐르곤 했습니다. 다음 판 이기면 된다며 얼른 게임을 진행할 때도 있었지만, 때론 다른 날을 기억하며 서로의 연결을 끊는 날도 있었죠.

가끔 터지는 센스 넘치는 움직임으로 위기를 모면할 때면 방금 어떻게 한 거냐는 감탄하는 메시지를 들었고, 기똥찬 플레이로 게임을 승리로 이끌었을 땐, 하루를 마무리할 때까지 친구와 그때 그 플레이를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3. 몬스터 헌터, 엘든링

- 게임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간혹 함께 플레이를 즐기는 때도 있지만, 이젠 혼자 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아졌습니다.

582010_73.jpg
1245620_39.jpg

난관에 봉착하면 이것저것 여러 파훼법을 찾아보기도 하고, 우직하게 시간을 태워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도저히 난관을 헤쳐나갈 수 없을 것 같을 때엔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하지만, 이젠 여 타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찾기 위해 시도합니다. 실시간으로 나의 질문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함입니다. 나는 '지금' 정보가 필요한 것이지, '불확실한 미래'에 정보가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난관을 온몸 비틀어가며 파훼했을 때면 엄청난 성취감에 사로잡힙니다. 최종 보스를 잡으며 게임의 메인 테마를 들었을 때가 그랬고(지금도 이때의 떨림은 잊지 못합니다), 초반에 배치되어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사람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보스 몬스터를 잡을 때 역시도 그랬습니다. 이 무용담에 대해 아주 잠깐,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전할 뿐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