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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한 밍 Aug 18. 2024

나는 모순덩어리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전부터 우리는 다양한 생략(리뷰) 콘텐츠를 접해왔다.

맛집, 여행지, 드라마, 영화, 예능, 게임, 책 등등. 이른바 가성비를 찾기 위함이다.


  수년 전, 72초 tv라는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에서 생략과 관련된 콘텐츠를 보았다.

연인 간의 잔소리를 생략할 수 있는 뭔가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

처음 한두 번은 듣고 싶지 않은 부분만 쏙 뺀 채, 연인 간 행복한 시간만을 가지고 있을 수 있음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라 여겼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너무 과한 생략으로 인해, 자신의 연인을 영문도 모른 채 떠나보내게 된다. 이후 마음 뼈저리게 스스로를 한탄하는 그런 이야기로 기억된다.

https://youtu.be/0_VIAGzxPyQ?si=XkJAmSSdzDQ3mq4n

유투부 '72초 tv' -<72초 시즌 3, ep 05. 그녀가 나에게 잔소리를 한다>

  지금 나의 상황을 어떻게 타계해야 할지 모를 때, 이런 생각에 가끔 빠지곤 한다.

'뚝딱 처리됐으면 좋겠다.'

일적인 측면이나, 사람을 만나는 측면에서 모두 동일하다.


  일적인 측면에서 사건사고의 아지랑이가 슬슬 피어가고 있을 때,

지금의 상황이 통째로 생략되고 오직 해결된 시점으로 뛰어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불과 며칠 전, 프로젝트 도구 개발로 인해 하루에 퇴근을 두 번 하는 기적을 맛보았을 때, 이런 생각이 정말 간절했다. 어딘가에서 뚝딱 만들어서 내 눈앞에 '타란-☆' 나타났으면 하는 생각.

그 시간에 난 다른 프로젝트 업무를 진행할 수 있고, 이로써 시간에 허덕이지 않을 수 있다.

이 얼마나 가성비 좋은 상상이란 말인가.


  사람 관계 역시 이런 배부른 상상을 하곤 한다.

한 100여 일 즈음 알고 지내는 사림이 어디서 툭 나타나 하히호호 시간을 만들어갔으면 하는 그런 가성비 좋은 상상.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맘에 안 들면 인연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서러 건네가며, 아 오늘도 허팅이라는 생각에 허무함에 사로잡히는 그런 시간을 가질 필요가 없는.


  물론 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생략 없는 모든 과정이라는 파도에 나의 물리적/정신적 에너지와 시간을 오롯이 내맡길 뿐. 이로 인해 지칠 때도 있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무언가를 통해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내디딘 나를 발견하게 될 때의 오묘한 감정이라는 것이 스며듦을 느낀다.


  가성비와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생략 없는 모든 과정에서 겪는 것들로부터 쌓이는 뭔가를 체감할 수 있다. 그것은 오롯이 그 시간을 온몸으로 느껴봐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리라.


  그럼에도 언제나 생략이 깃든 가성비의 마법이 나타나길 꿈꾼다.


  이런 모순덩어리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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