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전 7시 50분, KBS1 채널엔 항상 인간극장이 흘러나온다. 때마침 티비에 시선을 고정하던 때, 익숙한 얼굴과 목소리가 보이고 들린다. 어? 내가 잘못 봤나? 아니겠지? 이쯤이면 이름이 나오겠다 싶어 자막으로 이름이 송출될 때까지 유심히 티비에 시선을 고정한다.
아 내가 아는 그 사람들이 맞다. 강남 심리카페에서 일했던 당시(지금은 없...) 대표님 가족이 티비에 나온 것이다. 아는 얼굴을 티비에서 본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마냥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괜스레 전화를 걸어본다. 예나 지금이나 목소리는 한결같으신 대표님. 간단한 안부인사 몇 마디 나눈 채 통화를 마무리짓는다.
인간극장 <헌 집 다오 새 집 줄게> 편
짐볼을 가지고 오는 치료사.
"베드에 누우시고, 두 발 쭉 뻗은 채로 공 위에 올려놓아주세요."
"뒤꿈치로 누르면 되나요?"
"네. 잘하셨어요. 이 상태에서 브릿지 자세 해볼게요."
"네?"
"에이 잘 들으셨잖아요~ 자 시작!"
엉거주춤 힙브릿지 자세를 취해본다. 양 팔이 베드에 닿아 있어서 그런가? 몸이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건가? 긴가민가하는 생각에 베드로 뻗어있는 팔을 배 위로 오므려본다. 그와 동시에 툭 떨어지는 다리. 다시 얌전히 양팔을 베드 위에 펼친다.
아! 팔이 균형을 잘 잡아주고 있는 거였구나~
"밍님 잘 버티시네요~ 자 그럼 이제 공칩니다. 꽉 버티세요."
통! 통! 통통! 중모리 장단 마냥 짐볼로 장단을 만드는 치료사. 아니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다 나오네.
그와 함께 슥 떨어진다.
"어 발 떨어지면 안 돼요! 뒤꿈치로 힘 꽉 주고 버티세요!"
"제가 선생님 이름 기억 할 겁니다. 묘비명에 새겨둘 거예요. 기대하세요."
"아유~ 그럼 저야 오죽 영광이죠~~"
그렇게 한바탕 중모리 장단 소란이 끝난 후 공을 빼는 치료사.
"자 이제 공을 던질게요."
텅! 두 다리의 본능은 아직 살아있었다. 나에게 날아오는 공을 생각보다 수월하게 뻥 차낸다. 짐볼의 탱탱한 탄력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치료실을 울려 퍼지는 타격음은 덤.
그와 함께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와 진짜 재밌게 치료하시네요."
"그쵸. 이 분 타격감이 좋아요. 근데 공 되게 잘 차시네요?"
"그러게요. 저도 놀랐네요. 아니 선생님, 동물원의 침팬지가 이런 느낌인가요? 왠지 이해되는 느낌인데. 다른 분들 관람료 내세요. 관람료."
관람료 걷어서 아이스크림 사 먹어야지~ 이게 창조경제지~
민방위 교육 통지서를 받았다. 흠? 아 맞아. 나 이제 민방위 받아야 하지.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인해 교육 참여가 어렵다는 현 상황을 이야기한다. 관련 서류를 안내해 줄 테니 제출해 달라는 담당 주무관.
민방위 1년 차는 이렇게 끝이 났다.
발판 위에 한 발을 올려놓는다. 그러고 가만히 서 있는다. 이게 이렇게 힘들 일인가 싶을 정도로 사시나무 바람 부대끼는 것 마냥 몸이 파들파들 떨려오고,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냥 발판 위에 발 하나 올려놨을 뿐인데? 이게 그렇게 힘들 일이라고?
"별 거 아닌 게 별 거 아니죠?" "네. 와 이거 미친 듯이 힘든데요?" "몸이 익숙하지 않은 자세를 취하려다 보니 많이 긴장해서 그래요. 점차 익숙해지실 거예요."
그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하나씩 하나씩 적응해 나가겠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지만.
다른 시간 원 레그 브릿지를 취하는데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난다. 오른발에 힘을 주어 올라갈 땐, 밀어 올리는 허벅지의 힘이 부족하여 땅바닥에서 올라가는 높이 자체가 낮은 대신 몸이 일자 형태로 올라가진다. 반면 왼발에 힘을 주어 올라갈 땐 허벅지 원툴이다 보니 몸은 올라가지는데, 엉덩이로 버티는 힘이 부족하다 보니 몸이 기울어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제아무리 용을 써서 몸을 틀려고 해도 당최 수평이 되질 않는다.
"오른쪽 엉덩이에도 힘줘서 올리셔야죠."
치료사의 말에 나름대로 엉덩이에 힘을 주어 올리는 시늉을 해본다.
"몸이 틀어지면 안 되고, 엉덩이에 힘을 빡 줘서 들어 올리세요."
뇌 속에선 올바르게 자세를 완성했으나, 몸으로 보이는 퍼포먼스는 그러하지 못하다. 결국 치료사의 보조 하에 바르게 만들어지는 자세.
기존 담당 치료사의 연차로 다른 치료사가 커버를 들어왔다. 운동을 함과 동시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길랭바레증후군 환자를 담당했던 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주는 치료사.
"저 이전 병원에 있었을 때 길랭바레증후군 환자 한 분 계셨거든요. 그분은 호흡기까지 차고 계신 분이셨는데, 발병되고 근 2년을 누워만 계셨어요. 이게 나한테 왜 왔나 하는 그런 심정 때문에. 그러다 마음 가다듬으시고 재활 시작하시면서 1년 반 뒤에 걸어서 퇴원하셨어요. 밍님은 열심히 하고 계시니까 분명 좋아지실 거예요."
"저보다 증상이 더 심하셨네요. 어쩌면 저도 일찍 발견한 게 행운일 수도 있겠네요. 마비 전이 속도가 좀 빠른 편이라고 하셨거든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맞아요. 당장 할 수 있는 건 재활이니까 매시간마다 열심히 해야죠."
"긍정적이시네요 밍님. 멋있어요. 화이팅입니다!"
괜히 코 끝이 찡- 해진다.
주말 간 옥상을 휘적이고 다니는데, 다른 병실 어르신께서 말을 걸어오신다.
분명 한 달 전에도, 두 달 전에도 이야기 한 내용임에도 반복되는 대화내용. 패턴도 똑같다. 하지만 싫진 않고, 오히려 신이 나더라. 얼마 만에 맘 툭 놓고 떠드는 시간인지.
사는 곳, 병원에 오게 된 계기, 입원 기간 등등. 스몰토크 시간.
옥상 난간에 기대 대화를 하던 중 문득 눈에 띄는 나무 한 그루. 쟨 왜 밑동이 없지?
"어르신 저 나무는 벼락이라도 맞았나 봐요."
"아 저거~ 그 뉴스에 벼락 맞아 쓰러진 그 나무 아이가~."
"아 정말요? 그게 그 나무였어요? 그때 기사로만 접했는데, 그 나무가 눈앞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