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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ny Jun 23. 2023

피아노 치는 날

열정과다..... 시험 도전

경험해 봐야 더 생생하게 가르칠 수 있다. 입시도, 연주도, 콩쿠르도....

그래서 또 했다. ABRSM시험!


처음에는 세미나도 듣고 커뮤니티에도 들어가서 정보도 얻었다.

그런데 다 괜찮은데 내가 외국인 선생님한테 레슨 받은 경험이 없었던 것이다. 뭐.. 실제로 레슨은 아니고 시험이지만 왠지 심사위원이 영국에서 온 전문가라고 하니까 더 막막한 기분이랄까?

아이들한테 이렇게 하면 된다라고 알려주면서 심사위원이 어떨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시험의 심사위원은 영국 할아버지 였다. 그놈의 영어 울렁증 때문에 통역 선생님도 신청했다. 준비를 엄청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음악적인 부분을 묻는 부분에서 한국말로도 대답을 못했다. 세상에나.... 내가 이렇게 한심하다니..

그냥 내가 잘하는 스케일, 연주, 초견만 나쁘지 않았고, 청음도 망했다. 애들을 가르칠 자격이 되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럼에도 영국 할아버지는 매우 친절하셨다.

내가 어버버 하는데 인자한 미소로 생각나면 이따가 저 문을 나가기 전에(시험 끝) 대답하라고 하셨다. 안타깝게도 대답을 못했지만... 통역 선생님이 얼마나 비웃으셨을까??

그 울적한 마음도 하루, 아이들에게 알려줄 꿀팁이 막 생각났다.

다행인 건지 그 시즌의 시험에서 내 학생들이 나보다 높은 점수들을 받았다.

쪽팔림과 실망스러움. 그런데 또 재미있긴 했다. 그래!! 이번에는 바보같이 어버버 하지 말고, 할 말은 다 하자! 그렇게 난 또 다음에도 시험을 봤다. 용기 있게 통역 없이 혼자서.

잘 못 알아들은 부분은 과감하게 물어도 봤다. 역시나 이번 감독관도 날 웃긴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코로나로 온라인 시험을 진행할 때도 또 도전을 했다. 대면시험보다 재미도 없고, 혼자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멀리 영국에서 합격증서가 도착하니 또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시작한 것은 맞다. 시험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좀 더 생생하게 전달해 주고 싶었다. 또 생각이 나지 않거나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망치지 않고 넘기는 방법도 알려주고 싶었다. 지금은 내가 재미있어서 시험을 보고 있다. 부족한 시간을 쥐어짜면서 짜증 내면서 준비했지만 그 바쁜 와중에 무언가 하나 나에게 남는 게 있다니 힘들기만 하지는 않다. 꼭 열심히 해서 디플로마까지 도전할 계획이다. 부족한 영어 실력이 걸림돌이지만 또 해보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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