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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주의보지만, 초록초록해

꽃의 예감, 가드너 P의 청사진

by 인생정원사


겨울은 정원사에게 긴 기다림의 시간이다.

야외정원은 나가기 조차 버거운 코끝이 시린 날씨.

새로운 나날에 기다림이 조금 지겹기도 하다.

낮조차 어둡게 느껴지는 터널이다.


햇살조차 하얗게 부서지면서 희멀건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봄이 오기는 올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정원사는 초록의 나날을 기다리고 있다.

봄이 오면 모든 게 좋아질 거야.


아이가 아프다 보니 둘이서 집안에 콕,

겨울은 참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


징바구니에 넣고 싶은 초록초록한 반려식물들


이번 겨울도 방학과 동시에 아이는 몸살을 앓고 있다.

크느라 그런건지 힘들어서 그런건지, 열흘가까이 음식을 거의 먹지않는다.

답답하지만 지켜보며 기다릴 수밖에.

식물에 대한 세심한 관찰은 "꼬마가드너"에 대해서도 한결같으니까.

웃프지만, 식물도 아이도 말을 못 하기에 관찰은 필수니까.

방학때 일을 만들면 아니될 말씀.


햇살가득한 겨울의 초록이 조금 그립다


가보지 않은 길은 두렵다. 뭘 해야 하지 모를 때는 결국 주저앉고 만다.

용기 내서 두드리기보다는 웅크리고 과거를 그리워하는 게 쉬우니까.

조용히 지난 초록의 정원을 추억한다. 이윽고 다시 결심한다.

집안은 조금 더 정리하고 나서 생각해 보자.


올봄에 하얀 울타리를 두르고 태양광 전구도 곳곳에 심어야지.

낮에도 저녁에도 아름다울 수 있도록.


완연한 봄의 계절이 되면 꽃모종을 잔뜩 사서 화분에 가득 심어보자.

언제든 나가서 물을 줄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하자.

상상하면 꽃들이 정말 아름답게 피어나는 것만 같다.

그렇다. 정원 덕분에, 오늘 같은 한파주의보에도

마음은 초록초록할 수 있겠지.


*본문 원문은 공모전 확정으로 일부만 남기고 삭제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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