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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마, 어디까지 키워봤니

때로는 가드너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by 인생정원사 Jan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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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관계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만큼 성장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어머, 율마가 까칠해졌어. 이런.

베란다에 월동을 위해 놓아둔 두 그루의 율마 중 하나의 잎이 까칠해졌다.  아뿔싸. 벌써 물마름이 시작된 것이다. 오래 키웠지만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오랜 반려식물이 바로 율마다. 세상 까다롭다. 한겨울 월동이지만 문을 좀 닫아두고 하루이틀 물을 깜박했더니 벌써 물마름이 시작되버렸네. 이런. 사는 게 바빠지다 보면 정원사 역시 식물들을 잊어버리곤 한다. 특히 마당으로 나온 뒤에는 집 안의 식물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단 사실을 망각한다. 아니 밖이 아닌 집인데 한겨울의 따듯한 집에 들여놨음 알아서 잘 커야 하는 거 아닙니까?


율마는 참 매력적이다. 처음 토분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이 예쁘고 상큼한 율마 양을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자꾸 키워도 조금만 방심하면 까끌해지면서 초고속으로 물마름으로 정원에서 퇴장하는 율마 때문에 속상했다. 2014년 데려온 율마는 2년 만에 아래의 사진처럼 쑥쑥 자라났다. 이런 율마 처음이야 할 정도로 큰 나무가 되었다. 볼펜굵기 만하던 40센티 아기 율마는 같은 화분에서 지금의 정원이만큼 자라났다. 계속 함께 했음 쑥쑥 자라날 수 있었을 텐데, 왠지 좁디좁은 화분이 안타까워 매번 흙을 화분에 조금만 덮어주다가 큰 결심을 하고 분갈이를 하기로 한다. "잘 자라겠지 더 크겠지! 더 예뻐지면 좋을 거 같아." 2019년 모처럼 큰맘 먹은 나는 오래 한 화분에서 자란 율마 먼저 분갈이했다. 오랫동안 한 화분에서만 자란 율마의 뿌리는 기존의 화분에 단단히 붙어 있었다. 이런, 어쩌지? 결국 분갈이를 해서 이사시켜 주고 싶은 욕심에 화분에 붙어 있던 뿌리를 모두 잘라내고 율마를 옮겨 심었다. 자, 이제 잘 자라거라. 더 쑥쑥 클 수 있을 거야. 정원사는 뿌듯했다. 세상 바쁘고 어려웠던 정원이의 두 돌과 세돌 사이, 나름의 신경을 써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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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센티의 율마는 1년 반사이에 쑥쑥 자라 1미터 40센티가 되었다. 그래서 분갈이를 했는데.


하지만 세상만사 모든 것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날마다 신경을 쓰던 율마는 한순간에 타는 듯이 갈색으로 변해버렸다. 최근 물마름으로 까슬해졌던 것 보다 더 심한 현상이었다. 마치 뜨거운 태양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빠른 속도로 붉은 갈색으로 변한 율마. 이게 분갈이 몸살인가 보다. 예뻤던 모습은 오간데 없고 결국 잘라내고 뜯어내고 반쪽의 모양이 된 율마를 정성껏 간호했다. 그러나 한번 몸살을 타면 율마는 순식간에 정원사에게 이별을 고하고 단호하게 자기 갈길로 가버렸다. 속상했다. 잘하려고 한 건데, 내 마음 같지 않다.


인생도 똑같은 것 같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란 없다. 아무리 관계에 공을 들여도 내 맘처럼 애써주지 않는 관계가 있다. 정성을 들여도 한순간에 멀어지기도 한다. 율마는 내게 상큼한 향을 주고 삶의 활력을 더해주었다. 고만고만한 정원의 식물들 사이에서 연둣빛 존재감을 뽐내면서 한결같이 옆에 있던 율마. 매일 성장에 성장을 더하며 정원사의 어깨를 으쓱하게 했던 자랑거리. 하지만 인연이란 때가 있는 법이다. 지나치게 노력한 게 도리어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무심히 놔두고 한두해 분갈이도 거르고 해도 잘 자랐던 율마였기에 정원사는 조금 자만한 거 같다. 언제까지 옆에 있으리라 믿고 과감하게 분갈이를 시도했다. 몸살이 이렇게나 빠르게 올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 뒤로 미련이 생겨 작은 율마는 계속 정원사의 집에 들어왔다. 이들도 집에서 1-2년 잘 살아냈지만 이전만큼 훤칠하게 자라진 않았다. 5,000원짜리 모종으로 두어 개 데려와 겨우 뿌리가 내려 쑥 커서 80센티쯤 자란 몇 그루의 율마는 이곳에 이사오기 전 동네에서 가장 율마를 잘 키우는 고마운 지인 두 분에게 주고 왔다.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니 1층으로 가는 것보다 더 잘 크고 예뻐지리라 믿으며 보냈다.  


베란다정원의 율마들베란다정원의 율마들

이사 이후 첫겨울이 지난 작년 봄. 지난날의 율마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으로 다시 율마를 들였다. 한겨울이 되기 전까지 마당에서 율마는 무럭무럭 자랐다. 정원사의 손이 덜 가더라도 자연은 대신해서 비를 주고 햇빛을 내려 일 년 동안 잘 키워주었다. 영하의 날씨에는 월동이 어려워 베란다 안으로 데려왔는데 물마름으로 보내게 된 것이다. 1층 마당의 정원을 갖게 된 정원사의 스위치는 야외정원에만 맞춰져 있었다. 그만 실내에 데려온 율마를 잊은 것이다. 잊지 않고 관리하는 지난날의 부지런함을 떠올렸다. 자연은 때로는 정원사를 게으르게 만드나 보다. 매일의 물과 흙마름을 고민하던 어제의 정원사는 행복했을까. 돌본다는 것은 그저 즐거움만으로 이뤄지지 않아. 생명에 대한 책임은 부지런한 관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정원사는 율마를 욕심내는 것일까? 적당한 무관심과 적절한 타이밍이 정원사와 식물의 관계를 오히려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제는 알기에 하나하나 새로운 1층의 정원에 맞는 식물들을 생각해 본다. 그래도 율마는 영원한 정원사의 "뮤즈"이기에 다음 봄에도 함께 할 것이다. 다음에 만나면 우리 이별하지 말자.


인연이란
잡으려 할 수록 멀어지고,
놓아줄 때 비로소 다가오는 법이다



tip. 그래서 율마는 어떻게 키우면 되나요?

1. 바람이 잘통하는 곳에 둡니다.
2. 물은 자주 주되, 흙은 배수가 잘 되게 마사토, 피트모스 등을 섞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3. 직광이든 베란다에 해 잘드는 자리에 놓으시면 되요.
4. 잎이 까칠해지면 물마름이 시작된거니 매일 잎을 보면서 물주기를 그 전에 해야 합니다.
5. 분갈이를 할땐 흙과 뿌리는 건들지 말고 남은 자리에 흙을 채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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