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이스와 썰프레아, 가드너의 반려식물
겨울은 정원을 다시 가꾸기 위한
기회를 주는 때이다.
아파트 정원에도 여지없이 겨울이 왔다.
눈을 맞은 나무들은 하얀 열매를 달아서 겨울의 멋스러움을 뽐낸다.
더 풍성해지고 다채로운 색의 향연, 예뻐졌다.
겨울의 정원은 정원사에게는 일종의 방학이다.
고된 노동을 멈추고 봄을 꿈꾸며 기다림과 휴식을 갖는 시기다.
차가운 겨울의 냄새를 맡으며 고요히 침묵의 계절을 즐긴다.
매일매일 잡초를 뽑고 자르던 일손도 멈추고 그저 겨울을 나는 식물들을 보며,
유리창 안의 식물들의 월동만 돌보면 된다.
겨우내 땅은 그들이 품은 씨앗을 돌보고 품어내며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할 것이다.
침엽수는 정원사에게 오랜 친구와 같다.
땅에 심긴 몇 그루의 침엽수는 정원사와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다.
나무들은 보았다. 느리게 자라는 아이를 키우는 정원사의 눈물을.
그저 묵묵히 솔향을 뿜으며 슬픔을 안아준다.
차가운 냉대림의 묵묵한 따듯함에 정원사는 위로받았다.
반려식물이란 이런 것일까.
욕심 같아서는 이 나무들을 화분에 둔 채
매일 베란다에서 피톤치드 향을 누리며 지내고 싶다.
어딜 가더라도, 평생 함께 하고 싶다.
정원을 어떻게 가꾸기 결정하기도 전에 땅을 파서 먼저 침엽수부터 심었다.
언젠가 이 집을 떠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함께 가지 못하는 지난 선택을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만남은 있어야 할 자리에 놓아두는 것이 용기라는 것을.
침엽수는 고요한 숲 속에서도
자신만의 자리를 지킨다.
*본문 원문은 공모전 확정으로 일부만 남기고 삭제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