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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기쉼 Mar 29. 2024

팀장님, 사과하세요

기분이 태도가 되면

서류가 안 왔는데요??




한 발의 총성과도 같은 말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위에서 준 서류를 모두 전달했고, 그쪽에선 받은 게 없다고 했다.

*서류 전달 담당자가 총 3명이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3가지 여야 한다.



1) 서류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분실했다. (우리 쪽 과실)

2) 서류를 전달했지만 받은 사람이 분실했다. (그쪽 과실)




하지만 팀장은 전후 상황을 확인하지 않고 다짜고짜 우리를 몰아세웠다.



 





기분이 정말 나빴지만, 일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나는 먼저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팀장님에게 받았던 서류들을, 우리 쪽에서 언제,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팀장은 우리가 잘못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마음고생을 한 다음날 아침, 출근이 하기 싫어서 한참을 차에 앉아있다가 사무실로 왔는데



오자마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알고 보니, 뜨거운 감자였던 그 서류.



원본이 팀장에게 있었다.





주지도 않은 서류였다니..




하지만 그는 당당했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빨리 전달하고 오라며 아침부터 우리를 쏘아붙였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 한 대 패고 싶었지만 일이 해결되어야 하니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해 움직였다.








일처리를 하고 나니까 억울함이 밀려왔다.


속상하고 화가 났지만, 그런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내 기분만 태도가 되지 않으면 되는 건가?


자기 기분 안 좋다고 저렇게 있는 대로 쏘아붙이는데?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아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대놓고 말하고 싶었다.

팀장님이 잘못한 거 사과하세요.





하지만 그 사과를 받으면, 앞으로 회사생활이 더 힘들어지겠지..



그렇게 마음으로 포기하고 오늘도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에필로그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하던 나는, 앞으로 팀장님이 주는 서류의 '제목'을 전부 기록하기로 했다.




조금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다시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집요하게 적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내가 멘털이 너무 약한 건가..

원래 다들 이러고 사는 건가..





속상한 마음이 들어서 점심을 거르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평소 별로 친하지 않았던 대리님이 나를 불렀다.





팀장님 원래 그래.





그 말 한마디에 왈칵 눈물이 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그래, 세상은 아직 살만 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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