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마법의 손가락
어느 날, 릴리가 잠에 들자 방 안은 조용한 적막에 잠겼다. 그 틈을 타 가늘게 눈을 뜬 라라는 이불 속에서 살며시 손을 꺼내며, 엄마가 잠든 것을 확인했다. 그 순간, 라라의 작은 손에서 반짝이는 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라라는 손을 휘저어 그 빛을 음표로 바꾸며 자장가를 연주했다. 음표들은 라라의 손가락 끝에서 춤을 추었고, 라라는 손가락을 지휘대처럼 휘둘렀다.
까르르 웃음소리를 들은 릴리가 눈을 뜨자, 마법 같은 음표들은 공중으로 흩어져 빛으로 사라졌다.
“라라, 일어나자마자 마법을 썼구나! 아직은 너무 일러!”
릴리는 라라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한 뒤, 그녀를 품에 안아 들어 올렸다.
거실로 나오자 베란다 창가로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들어 부리로 창문을 두드렸다. 릴리가 문을 열자 비둘기 존은 거실로 들어와 순식간에 키가 큰 남성의 모습으로 변해 라라를 품에 안았다.
“점심시간이라 라라가 잘 지내나 궁금해서 왔어!” 존은 라라를 한 손에 들어 올리며 가슴 안으로 따스하게 감싸 안았다. 그는 소파에 앉아 한 손으로 딸랑이를 공중에서 흔들어 주었다.
“점심 먹고 잠깐 라라 좀 봐줘! 나 금방 씻고 나올게!” 릴리가 방으로 들어가자, 존과 라라는 거실에 남아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존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라라, 잘 지냈니?” 존은 두 손으로 라라를 들어 올려 거실을 한 바퀴 돌았다.
“꺄아!” 라라는 기쁨에 소리를 질렀고, 딸랑이에서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때, 존의 다리 사이로 검은 고양이 티티가 지나가며 얼굴을 부비기 시작했다.
“시끄럽구만, 네 녀석은 일을 하는 건지 아닌지 도통 알 수가 없어,” 티티는 불만 섞인 눈으로 존을 바라보며 소파 위로 가볍게 뛰어올랐다.
“티티, 나는 하루 종일 라라만 보고 싶어.” 존은 라라의 통통한 양 볼을 만지며 속삭였다.
티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할짝였다. “존, 밥이나 언능 먹어라. 라라는 내가 볼 테니 점심시간이 곧끝나겠다.”
존은 라라를 바라보며 밥을 먹었고, 라라는 엎드려 티티의 꼬리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티티는 자신의 긴 꼬리를 낚시대처럼 라라 앞에서 흔들며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