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맞은 하루의 시작이다
요양병원 간호사로 살기#2
멋대로 아침을 맞이해 버린 공사판의 소음도, 매캐한 미세먼지의 내음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출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패기롭던 신입의 모습이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사회에 찌들어 괜한 키보드에나 화풀이를 하는 찌질함의 잔상만 남았다.
근래의 나는 꽤나 예민하고 불만족스럽다. 짧다면 짧은 25년 간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 멋대로 풀리지 않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은 취업난으로 전전긍긍할 적에 이곳은 인력난으로 쩔쩔매는 중이다. 덕분에 손쉽게 치즈를 얻다가 덫에 걸려버린 쥐처럼 나는 쉽게 취업한 이곳을 멋대로 관두지도 못한 채 붙잡혀버렸다.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내려온 부조리의 종착지가 바로 이런 영세한 곳인 줄 알았다면 나는 결코 이 보잘것없는 병원에 발조차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선 남들이 들으면 기겁할 불법적인 일들이 숨 쉬듯 일어난다. 만약 위장한 권력자가 몰래 이곳에 잠복해 있었다면 아마 진작에 망해 없어져버렸을 것이다. 물품 하나 온전한 것을 찾기 어렵고, 재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을 다시 쓰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자꾸만 넘어 내 것이 아닌 업무까지 떠맡았다. 중소기업이 다 열악하다 말할 수는 있겠으나, 그 열악함이 누군가의 목숨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4년간의 배움 끝에 받은 소중한 면허증이 불합리한 것들의 뒷받침이 되어준다는 사실은 꽤나 자존심이 상한다.
나의 근무는 누군가의 응석받이로 시작해서 누군가의 똥받이로 끝이 난다.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남의 것을 잘도 받아내지만 정작 나의 작은 외침은 어디에도 풀 수가 없다. 불편한 것을 얘기하라고 한들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해결할 수 없는 고질병을 토로하는 것은 단순한 투정이 될 뿐이다. 병원이 낡아서 싫고, 환자가 더러워서 싫고, 업무 체계가 모호한 것이 싫지만, 일개 직원 하나가 바꾸기엔 온통 벅찬 문제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