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 요양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intro
면접을 보던 첫날의 냄새를 기억한다. 그것은 마치 어린 날의 소풍 때 맡았던 냄새와 같았다. 동물원의 냄새. 짐승들의 적나라한 배변활동의 흔적과 같았다. 비염이 심한 나에게 무언가 냄새가 난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웠고, 애써 코까지 닿은 냄새가 익히 알고 있는 병원냄새가 아니라는 사실이 나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이곳에서 근무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나의 동기 덕이었다. 이직한 후 항상 행복하다던 그녀를 보며 나 또한 이곳에서 값지고도 알찬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입사가 한참 남은 이 시점에서 나는 요양병원에서의 경험을 끝맺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는 절대 요양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막장에 병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기에 나는 내 반년의 경력을 단순한 병원놀이로 치부하기로 했다.
여긴 더럽다. aseptic(무균술)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제멋대로의 의료행위가 남발한다. 그중 foley(소변줄)를 끼우는 것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아 최대한 눈을 돌리곤 한다. 준비물품부터 순서까지 엉망이다. 어디서부터가 잘못되었는지조차 모르겠다. 공포는 왜 온데간데없으며 여기저기 닿은 카테터가 왜 그대로 들어가야 하는지 나는 알고 싶지 않다. 살면서 처음으로 옴에 걸린 사람을 보았고 10년 전의 1호선에서 종종 맡았던 홈리스들의 내음을 풍기는 한 노인도 발견했다. 손녀뻘에게 더러운 욕정을 표출하려는 작자들도 멀쩡히 살아간다.
내가 이 지긋지긋한 공간에 마지막을 고하며 모두에게 안녕을 말할 때,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보겠냐며 웃어 보이는 이가 있었다. 아마 뜻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한다.
처음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므로 나의 첫 병원이 이런 영세한 요양병원이라는 사실은 내 평생 아무도 모르게 간직해야 할 비밀이 될 것이다. 조각난 경력으로는 이력서에 단 한 줄도 남기지 못할 테지만, 오래 일했더라도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떳떳하지 못한 것들은 때론 숨겨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나는 이곳에서의 경험을 양분 삼아 거친 병원생활 속에서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는 필사적으로 버틸 것이다. 절대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