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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nnievo Jan 05. 2024

요양병원, 간병사, 폭행, 그리고

요양병원이 절대 악인 것처럼 비치는 하나의 영상을 보았다.
병원 인력들의 편의에 의해 힘없는 노인들의 사지를 묶어 하루종일 옴짝달싹 못한 채 누워있었다는 내용 속에서
아파, 날 왜 여기에 버려뒀어, 집에 언제 가, 하고 읊조리는 노인의 대사가 쐐기를 박았다.
 
 
나는 간병사의 폭행으로 인해 입을 닫아버린 노인을 보았다. 그는 항상 몸을 움츠렸고, 종종 허공을 향해 중얼거리며 두려워하였다.
치졸하게도 남들 눈을 기가 막히게 피했던 탓에 발견이 늦어졌다고 했다. 내가 입사했을 때 이미 가해자는 사직처리된 후였으나, 방치되었던 시간이 얼마나 길고 외로웠던지 그에게 새겨진 잔상은 지워질 기미가 없었다.

 




 
 
 
#01 약 먹여서 재워버리자, 팔을 묶어버리자


매체에서 비친 악들이 마냥 거짓만은 아닐 것이다. 툭하면 '약 먹여서 재우자, '라거나 '묶어버리자, '라는 등의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그러나  실제 내가 만났던 간병인들은 꽤나 열정적으로 정성을 다해 환자를 돌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간병인들의 열정만으로는 역부족일 때가 많다.
 

 

게라! 게라! 팍팍 긁어!


 

항상 저 소리를 내는 할머니가 있었다. 아무리 들어도 게라, 였는데 가렵다는 뜻이라고 한다.
유난히도 마른 몸을 가진 탓에 새로운 간병사들은 측은지심에 억제대를 풀어두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꼭 사달이 났다.
어찌나 재빠르고 힘이 세던지, 그 잠시잠깐에 L-tube(콧줄)을 빼고 몸을 어찌나 긁는지 매번 피까지 났다.
호흡기나 마약류를 떼어내는 것은 아니었으니 다행이었으나,
낄 때마다 고통스러운 L-tube를 굳이 빼게 둘 이유는 없었고, 가렵다고 온몸을 움직이니 낙상 위험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인력이 충분했더라면 어땠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통합간병 체제에서는 간병사 하나가 오롯이 한 명에게 매달릴 수 없다.
내가 있던 요양병원에서는 한 방에 한 명의 간병사가 6명을 돌보았다. 종종 근무여건에 대해 시위하던 이가 정말로 관둬버리고 나면 인력이 채워질 때까지 한 명이 12명을 돌보기도 했다. 그러니 억제대는 어떻게든 안전하게 돌보려는 차선의 선택이 되곤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24시간 동안 사지를 묶어두는 것이 잘한 짓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억제대를 사용할 때에는 국소적인 과도한 압박을 피해야 하며, 혈액순환 장애를 예방해야 하며, 2시간마다 적용 부위를 풀어 여러 사항을 관찰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며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말이다.









#02 선의가 반드시 선한 행동이 되지는 않더라



수액이 다 들어간 후에 수액세트를 바로 빼지 않거나 수액이 들어가는 속도가 느릴 경우 혈액이 역류할 수 있다. 수액세트로 역류한 피가 굳으면 주사를 다시 놔야 하지만, 해당 환자에게는 멀쩡한 혈관이 거의 없었다. 간병사는 몇 번이고 이곳저곳을 찔리는 환자가 안쓰러웠는지, dosi(수액정량조절기)를 잔뜩 열었다. 그 덕에 혈액은 역류하지 않았으나 그에겐 너무 많은 양의 morphine이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morphine(모르핀)은 과다사용할 경우 호흡 억제가 되어 사망할 수 있다. 
 
 
 
 
 
COPD 환자에게는 보통 1-2L의 산소가 처방된다. 그들은 정상인과 다르게 O2(산소) 농도에 의해 자극을 받기 때문에 고농도의 산소는 호흡 자극을 감소시켜 호흡부전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COPD 환자임에도 항상 산소가 5L에 맞춰져 있는 이가 있었다. 볼 때마다 낮춰놓긴 했으나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였다.



 

만지지 마요.
내가 일부러 올려놨어요.
그 사람, 계속 쌕쌕거려서 좀 높여놔야 해요.




 
경력이 많았던 간병사는 '숨을 못 쉬는 사람에게 산소를 틀어주면 좋아진다'라는 경험을 여러 번 하였다. 그래서 호흡기를 달고도 겨우 얕은 호흡만을 내쉬는 제 환자를 위해 계속 고농도의 산소를 주었다.
 
 
 
 
개인의 무지가, 혹은 잘못된 신념이 한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이 때때로 무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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