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어디선가 '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난히도 조용했던 한 때였다. 주말이어서 처방이 뒤집어지지도 않았고, 비가 와서 면회객들도 없었다. 다행히도 내가 마침 스테이션에 있던 터라, 소리가 나자마자 그녀를 침대까지 부축할 수 있었다. 그녀는 물에 미끄러졌다고 했다. 낡은 우리 병원에서는 비가 오면 천장에서 비가 샜는데, 누군가 그새 양동이를 치워놨던 것인지 바닥이 흥건했다. 이제 막 재활을 시작한 그녀의 절뚝이는 다리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사고였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그날의 두 번째 낙상이었다. 오전의 한 차례 낙상에서는 멀쩡했다고 했으나, 똑같은 곳을 두 번이나 가격 당한 그녀의 몸은 그제야 역가를 넘어섰던 모양이다. 열도 없이 식은땀을 쏟아내었고, 멀쩡하던 혈압이 요동쳤다. 돌아눕는 것조차 간신히 하니 통증 주사를 놓는 것도 힘들어했고, 밥을 먹기도 힘들어했다. 아마 골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필이면 일요일 오후였다. 당직의도, 수선생님도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 '보호자가 인근 응급실로 데리고 가는 수밖에 없다'라고 했지만, 보호자는 하필이면 그날따라 일정이 있다고 했다. 통화 너머로 발을 동동 구르며 근심하는 보호자의 상황이 그려졌다.
어머니는 좀 어떠신가요?
나빠졌다. 계속 나빠졌다. 통증 주사가 들어간 직후의 그 잠시잠깐을 제외하고는 계속 통증을 호소하였다. 그러나 더 센 약은 없었다. 약을 무지성으로 연속적으로 투여할 수도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그날 우리 병원엔 당직의가 없었다고 한다. 내선 번호를 본인 핸드폰으로 옮겨놓고선 어찌어찌 전화만 받는 상태였다고 했다. 어쩐지, 멀쩡하던 환자가 저 난리가 났는데 한 번을 안 온다 했다.
나는 요양병원에 근무하면서 단 한 번도 낙상 평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차분히 한 문항씩 환자의 상태를 봐가며 체크해야 했지만, 뭐, 그럴 시간이나 있었던가. 면허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신규에게 50명이 넘는 환자를 던져둔 탓에 나는 개개인의 병명조차 기억해내지 못했다. 입원을 받으려고 할 때면 다른 일들이 꼭 터지니 어쩌겠는가. 그저 눈대중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보호자의 말대로 대충 이것저것 눌러놓는 것이 고작이었다. 노인에게 낙상이 이리도 위험한 것인 줄 알았다면 바쁘더라도 좀 더 신경을 쓸 것을 그랬다. 어제까지, 아니 당장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생기가 넘치던 두 눈이 단숨에 꺼졌다. 스스로 재활하며 퇴원을 노래하던 청춘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침대엔 환자가 다 되어버린 노인만이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