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를 견디고 있는 당신에게

우리 모두 이번주도 고생했습니다.

by 민토

​알람 소리 없이 눈을 뜬 주말 아침, 거실 한편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넘긴다. 지난 한 주도 참 치열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메신저와 쏟아지는 업무들 사이를 허둥지둥 뛰어다녔고, 금요일 저녁엔 방전된 배터리처럼 소파에 쓰러져 잠들었다. 그렇게 모든 소음이 잦아든 지금, 고요함과 함께 낯선 질문 하나가 마음을 파고든다.


​‘나, 제대로 살고 있는 게 맞나?’


​분명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누구보다 일찍 출근 도장을 찍었고, 하기 싫은 일도 묵묵히 해냈으며, 관계에 상처받지 않으려 애썼다.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채웠다는 점에서는 꽤 성공적인 시간이었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들어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을, SNS 속의 사람들을 둘러본다. 그들은 번듯한 직함과 넓은 집, 여유로운 휴가 사진 속에서 반짝이고 있는 것만 같다. 그에 비해 내가 쥔 것은 무엇일까. 이룬 것보다 이뤄야 할 것들이 여전히 더 많아 보이는 현실 앞에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것이 정말 내가 부족한 탓일까, 아니면 그저 내 욕심이 과한 탓일까. 그 경계조차 모호해서 답답하다. 이대로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방식으로 10년, 20년을 더 보낸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자신 없다. 10년 후는 고사하고 당장 내일, 다음 주에 닥쳐올 이 하루하루를 지금처럼 지켜낼 수 있을지조차 자신이 없어진다.


​지치고 힘든 40대의 하루란, 그저 이렇게 ‘견뎌내는’ 것이 정답일까.

어릴 적엔 이 나이가 되면 뭐든 알게 될 줄 알았다. 내 삶의 방향키를 단단히 쥐고 능숙하게 인생을 항해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불확실한 내일이 불안하고, 남들과의 비교에 속절없이 흔들린다.



​우리 부모님도 이렇게 막막한 순간들을 견디며 우리를 키워내신 걸까. 늘 웃고 떠드는 내 친구들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면 나와 같은 고민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건 아닐까.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이럴 땐 가끔, 아주 가끔, 누가 그냥 시키는 대로 살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A안과 B안 중에 무엇이 더 나은지 고민할 필요 없이, ‘당신은 B로 가세요’라는 명확한 지시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길이 맞는지 틀리는지 불안에 떨 필요 없이, 누군가 정해준 정답지를 따라가고 싶어진다. 모든 책임과 선택의 무게에서 벗어나고 싶은, 어쩌면 가장 비겁하고도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끝내 그 누구도 나에게 정답을 알려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부모님도, 친구들도, 그들도 각자의 삶에서 정답을 모른 채 매일을 견디고 있을 테니까.



​커피가 다 식었다. 텅 빈 찻잔을 바라본다.

그래, 어쩌면 삶이란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정답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하루를 살아내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이뤄 놓은 것이 없다고 자책하는 대신, 치열했던 지난 한 주를 무사히 건너온 나를 먼저 다독여야겠다. 10년 뒤를 걱정하며 오늘의 쉼을 망치기보다, 일단은 오늘 이 주말을 온전히 누려야겠다. 그렇게 정답을 모른 채, 오늘 하루도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참 고생 많았다는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