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에게나 모순이 존재한다.
경찰이면서 돈을 받고 범죄를 눈감아 주거나 교육자이면서 학생에게 욕정을 품거나 성직자의 탈을 쓰고 신도를 유린하는 경우들이 그러하다.
위의 경우들은 뉴스에나 나올법한 극단적인 모순의 경우이고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쉽게 모순에 빠지고 그러한 사람을 보게 된다.
오래전 어느 날 친구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했던 일화이다.
친구에게 나의 어떤 행동이 다른 엄마들에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보다 훨씬 먼저 학부형이 된 친구는 자기는 이제 그런 타 학부모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게 된 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5분쯤 지났을까? 친구가 자기 아이 학교의 학부형 중 어떤 아빠 얘기를 시작했다. 자기가 그 아빠 앞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데 그 사람이 자기를 웃기게 봤을 거 같다고 했다.
-너, 불과 5분 전에는 남의 시선 신경 안 쓴다더니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거야?
내가 말하자 친구는 당황하며 허둥댔다. 물론 내가 진심으로 따진 것은 아니고 우리는 웃고 넘어갔다.
나도 다양한 모순을 지니고 산다.
어릴 때는 콩밥을 극도로 싫어해서 밥에 있는 콩만 쏙쏙 골라내고 먹었다. 그런데 콩자반은 숟가락으로 퍼 먹을 정도로 좋아했다. 엄마는 음식을 하실 때 설탕을 많이 안 쓰시니 콩자반이 특별히 더 달아서도 아니었다.
건과일이 몸에 좋다고 견과류에 섞어서 먹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건과일을 싫어한다. 과즙이 팡팡 터지는 마르지 않은 신선한 과일이 좋다. 그래놀라에 건과일이 섞여 있으면 콩밥에 콩 골라내듯 골라가며 먹는다.
그런 나에게 크나큰 모순이 있다.
레이즌 샌드*를 좋아한다.
*얇은 쿠키 안에 바닐라 크림이 발라지고 건포도가 들어간 쿠키
이것은 정말 모순이 아닐 수가 없다.
어제 아들과 슈퍼에 갔다가 영국 수입 스낵 코너에서 발길이 멈췄다.
레이즌 샌드처럼 보이는 사진의 과자가 보여서 자세히 보니 크림은 없었다.
문득 맛이 궁금해져서 구입해서 한 입 먹은 순간, 건과일을 싫어한다고 말한 것이 무색하게 맛있었다.
오늘은 멀리 여행을 떠나는 아침이다.
비행기에서, 여행지에서 이 과자가 먹고 싶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운동화를 신고 브루흐의 스코티쉬 판타지를 들으며 슈퍼에 다녀왔다.
이 과자의 이름이 'Garibaldi'이다.
이탈리아의 애국자 주세페 가리발디와는 별 관계는 없어 보인다.
표리부동한 사람을 싫어하지만 나에게도 어떤 형태로든 모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자각한 아침이었다.
당신의 모순은 무엇인가요?
표지그림 : 가리발디 장군과 ‘붉은 셔츠단’이 진격하는 모습을 그린 만평이에요. /가리발디 위블리 닷컴
[출처] [원샘노트]멋짐폭발 가리발디와 붉은 셔츠단 이탈리아 통일을 완성하다^^|작성자 원쌤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