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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 On Mar 31. 2023

드림온의 치유 이야기

45살에 요가수련.

새벽 6시. 새들의 합창소리와 함께 오늘도 요가원 수업을 준비한다. 아직은 공기가 차갑지만 봄 냄새가 나니 좋다. 지난겨울은 유난히 춥게 느껴졌었다. 추운 게 싫어서 겨울에는 새벽 수업을 만들지 않았는데 회원님의 요청에 의해 1월에 오픈했다. 이른 시간에 오시는 분들의 에너지를 받아서일까. 뒤돌아보니 추위는 새벽수업에 걸림돌이 아니었다. 오히려 따뜻하게 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회원을 기다리며 단단한 땅을 뚫고 나온 새싹처럼 배에 힘을 주고 부드러움 속에서 새벽수업을 준비한다.


요가는 나를 살아가게 해 주고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도구이다.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만났을 때 요가를 통해 방법을 찾는다. 오래전 처음 물구나무를 시도했을 때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실수로 목을 삐끗했었다. 다시는 안 하고 싶은 물구나무여서 몇 년 동안 도전 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이제는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쿵! 쿵!

역시나 쉽지 않았다. 자꾸 넘어짐을 반복했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이 동작을 통해서 나를 바깥으로 끌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몰려오던 때였다. 넘어지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성공했다. 물구나무 선 상태로 지구와 머리가 맞닿은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고통뒤 찾아오는 희열뒤로 과거의 고통이 떠올랐다.




23살에 그린그림.

아르바이트하며 힘들게 번 돈은 모두 졸업작품을 위한 재료비에 쏟아부었다. 3~4시간 쪽잠 자며 작품에만 몰입하던 때 즐겁기도 했지만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어려서부터 꿈이었던 그림은 나를 옥죄기 시작했다. 부담이 너무 컸다.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나를 쉴 새 없이 몰아붙였다. 6개월가량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어렵게 마무리한 졸업작품은 끝나자마자 방구석에 처 박아뒀다. 허무하고 허탈했다. 쏟아부었던 많은 날들이 필름처럼 지나가며 슬픔의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시는 붓을 잡지 않겠다'는 각오를 하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아섰다.


돈! 돈!

머릿속엔 늘 '빨리 안정된 삶을 살아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해!'를 달고 살았다. 나쁜 거 빼고는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다했다.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당장에 필요한 돈 때문에 새벽시장에서도 일하며 학원강의도 했다. 오로지 돈만을 쫒았다. 그렇게 돈을  따라 갈수록 나는 몸과 마음이 망가져 가는 걸 느꼈다. '이런 삶은 아니야'라는 걸 깨닫고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책도 읽고 강의도 들으며 먼저 몸과 마음을 돌보기 시작했다. 돈이 급했던 나는 이 상황을 만들기까지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다. 그때 나는 요가를 만났다.


집으로 돌아와 구석에 처박아놓은 작품을 꺼냈다. 세월의 흔적이 묻었지만 양호한 편이었다. 그림을 보는데 마음이 편안했다.

20여 년이 흘러 이제야 평온하게 바라볼 수 있는 그림.




그림을 바라보면서 맑고 순수한 그녀가 떠오른다.

'어쩜 색감도 담백하게 썼을까? 기법도 다양하네'

치열하게 산 20대 시절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평온을 갈구했나 보다.

'삶도 요가동작도 그림 그리는 것도 방법이 참 많구나...'


그림을 한참보다 우르드바다누라사나 동작을 시도했다. 매트 위에 등을 데 고 누워 양 손바닥을 귀 옆에 두고 무릎은 접는다. 발바닥과 손바닥은 중력을 거슬러 가슴을 들어 올리게 했다.

한참을 유지하는데 '왜 이리 편하지'하는 생각에 계속 유지하다가 오른쪽 다리를 들었다. 호흡으로 나를 이끈다. 오른 다리 내리고 왼다리를 든다.'아~~ 좋다.'계속 이렇게 있고 싶다.

뭉글뭉글 구름 같다. 부드러운 라테의 우유거품 같다.


한 동작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면 또 다른 동작이 된다. 삶도 그렇다. 목표나 목적이 뚜렷하면 방법만 알아가면 된다. 될 때까지 하면 된다. 동작도 그림도 삶도.


20년 전 그림을 그 렸던 시절 그때는 열정 때문에 힘을 닫았고,

지금은 열정 때문에 힘을 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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