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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을 차고 넘치게

매일을 진검으로 산다는 것

by 뿌리



갚는 삶을 생각하면 가진 것에 급급하며 살게 된다.
나눌 것을 생각하면 흘러 넘치게 할 것을 찾게 된다.



한동안 내게 결핍이 있다 생각했다.

어디가서 말하고 싶진 않지만 나는 알고 있는 그러한 류의 부족함.

나를 뚝딱이게 하기도 때론 좌절감이 들게 하기도 하는 결핍을

나는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봤었다.


동그란 원에서 모두가 가진 것을 빼고 나면 남는 차집합의 형태.

나는 스스로를 차집합처럼 여겼었다.

그러나 결핍이라는 존재는 내가 바라보기에 생겨난 것일 뿐,

사실은 나는 그저 둥근 원들 사이에 초생달 모양일 뿐이었다는 걸,

이제사 피부로 느낀다.




돌아보면 나는 백조들 틈에 낀 미운 오리 새끼,

돌아올 곳 없이 떠나는 뻐꾸기, 박새 처럼

나는 들로, 하늘로 날아들어야 하는 존재였다.


'폭싹 속았수다'를 보며 전국민이 감동으로 배갯닢을 적시는 때에도

내 마음 속에선 보골보골 화 같은 것이 일었다.

나는 왜 화가 났을까.


일렁이는 마음을 찬찬히 짚어보니 단절감이었다.

다들 저렇게 비빌 언덕, 돌아갈 곳을 두고 사는데

내게는 그럴 곳이, 그럴 품이 없어서.

나는 늘 딴 세상에 속한 빛 좋은 개살구 밖에 못되는 것 같아서.



사탕 통을 흔들어 딸기맛 사탕을 골라내듯

한바탕 뛰다보니 내 것이어야 할 생각이 떠오른다.


고개를 돌리면 또 다른 품이 있다.

모두가 가진 것 같은 둥지를 두고 뒤를 돌아 앉으니

세상이 나를 안는다.


작은 품을 찾아 파고 드려던 내게

세상은 두 팔 벌려 외친다.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곳이라고.


참 강하게도 키워낸다, 세상은.




마찬가지다.

돈, 명예, 능력.

내게 없는 것은 실로 내가 채워갈 것들이었다.

No, 라는 대답은 rejection이 아니라 redirection이라는 말처럼.

이제는 거절을 통해 내가 채워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보를 얻는다.



거절, 결핍, 부족함을 거두어 내고 세상을 보니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다.


채워갈 것들로,

차고 넘치게 나눌 것들로,

매일을 채워보자.


매일을 D-1처럼.

진검으로 사는 건 너무나 신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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