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는 브랜딩, 김밥의 글로벌화를 꿈꾸는'바비스'
틱톡 영상 하나가 미국에서 김밥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한국계 미국인 세라 안 씨의 냉동 김밥 조리 모습이 담긴 이 영상은 무려 1100만 뷰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과 함께 미국에서 김밥 품절 대란을 만들었다.
실제로 영상에 담긴 냉동 김밥을 판매하는 '트레이 조(Trader Joe's)'에서는 입소문으로 급등한 판매량에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냉동 김밥 품절 현상이 나타났고,
미처 김밥을 구매하지 못한 미국인들이 한인마트로까지 눈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전 세계인들이 미디어를 통해 접한 K-Food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이례적으로 다양한 한국 문화를 포함하여 한식까지 주목을 받고 있는 요즘,
그 기세를 타고 국내 식품 대기업에서도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계속 발표하는 등 한식의 세계화는 점점 상승 기류를 타는 듯하다.
틱톡의 김밥 열풍을 보니 생각났던 브랜드가 있다.
약 1년 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던 곳인데,
용산의 한적한 동네 효창공원 일대에서 시작한 '바비스(BOBBY'S)'라는 김밥 브랜드.
사업의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어
김밥과 비빔밥을 살짝 비튼 아이템과,
스토리텔링을 접목시킨 브랜딩으로
빠르게 1년여 만에 직영점으로 2호점까지 확장,
올해나 내년부터는 가맹사업도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김밥과 비빔밥을 각각 김밥랩(Wrap), 비빕보울(Bowl)이라고 칭하고,
서브웨이처럼 취향에 따라 속재료를 커스터마이징 해서 먹을 수 있게 제공,
김밥의 경우 속재료를 잘게 다져 채워 넣어 '랩(Wrap)' 형태로 브리또나 타코처럼 선보이는데
이러한 의도는 국내에서는 김밥에 대한 새로움과 재해석을, 외국인들에게는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끔 했다.
한국 음식을 사랑하는 '바비'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김밥과 비빔밥이 햄버거나, 피자, 샌드위치 같은 음식이 될 순 없을까?
이런 한국 음식을 전 세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는 없을까?
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고민이 꿈이 되어
꿈을 실현하기 위해 김밥집을 차렸다는 스토리텔링은
내게 바비스(BOBBY'S)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바비스 김밥은 세명의 공동창업자가 만든 브랜드이다.
이태원에 위치한 수요미식회 치킨 편에 나왔고, 현재까지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버펄로윙 전문점인 '네키드윙즈'를 만들었던 이새암 대표도 함께 참여했다.
브런치스토리에 바비스가 자체적으로 쓴,
브랜드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과 창업 초창기 스토리들을 엮어서 올린 5편의 글이 있다.
그 5편의 글엔 세명의 창업자가 어떤 마음으로 바비스를 기획하게 되었는지,
왜 아이템을 김밥과 비빔밥으로 선정하게 되었는지,
바비스만의 정체성을 잡아가기 위해 했던 고민과 그 답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들이
자세히 정리되어 있다.
바비스 팀은 사실 이전에 '바나나페클럽'이라는 기획, 운영, 브랜딩 등 다방면에서 경험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에이전시 일도 했었다.(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바나나페퍼
세상에 왜 꼭 초록, 빨간색인 매운 고추만 있어야 하는지, 노란색인 고추도 있을 수 있지 않나 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고정관념을 깨고 기획과 브랜딩을 하자는 취지에서 지어진 이름처럼
바나나페퍼 팀(구 바비스 팀)은 전형적이고 일반적인 기획을 하는 회사이기보다는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통통 튀는 브랜딩을 추구하는 곳이었다.
어쨌든 외주 업무라는 게 결국 마지막엔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라
이들은 크레이티브함을 더 표출할 수 있는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원했고,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였던 김밥 브랜드 바비스는 그들이 추구하는 바처럼
평범한 김밥을 파는 곳이 아닌 바비스 만의 느낌으로 재해석한 김밥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밥, 비빔밥이 아닌
합리적인 가격의 한식 메뉴를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에서
한식을 재해석하고, 취식 경험 및 브랜드 분위기를 글로벌화시킨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
이들이 목표한 것처럼
바비스라는 브랜드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밥, 비빔밥이 아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식 메뉴를 모두가 원하는 때, 원하는 장소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고,
그게 가능하도록 김밥을 한 손에 들고 먹을 수 있게 랩(wrap) 형태로 재해석해 새롭게 접근한 취식 경험과,
글로벌화를 위해 외국인들에게 친숙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도입해 특이점까지 주었다.
실제로 바비스가 제공하는 김밥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 직접 사서 먹어보았다.
집에서 만든 김밥을 통으로 먹었던 경험은 있는데, 그와 비슷한 느낌이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랩 형태로 주문을 했고,
주문 시 예상보다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속재료의 선택지는 적은 편이었다.
맛은 꽤 다양했는데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김밥도 있었고,
일반 김밥집에서 사용하는 속재료와는 약간은 다른 구성으로 이루어진 김밥들이 주를 이루었다.
처음이라 대표 메뉴이자 인기 메뉴였던 간장계란 김밥랩(계란지단과 간장마요 소스를 곁들인 김밥)을 주문했다.
랩으로 먹는 느낌은 예전에 집에서 김밥을 통으로 먹었던 그 느낌과 동일했고,
한 손으로 들고 먹기 좋게 포장을 해주셔서 편하게 들고 먹을 수 있었다.
맛 또한 폭신한 계란 지단과 고소한 간장마요소스가 잘 어우러지는 바비스만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적인 맛의 훌륭한 김밥이었다.
사실 처음에 동네에서 바비스를 처음 발견했을 때의 내 인상은
'김밥집이 귀엽고 특이하네, 그런데 그래서 쉽게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세상에 김밥집은 너무나도 많고, 이미 안정적인 맛을 내는 곳들도 많은지라 음식에 있어서 모험하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도 굳이 모험을 하기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바비스가 마음속에 아른거렸던 이유는
이를 창업했던 세 사람이 이 브랜드를 어떤 마음으로 기획하고 만들었는지,
한식의 세계화라는 명확한 미션을 가지고
재미있는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기 때문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진실되고 진정성이 담긴 모습으로 고객(바비스의 팬)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에
언젠가는 먹어봐야지, 꼭 한 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속으로 했었다.
최근에 성수동 쪽에 '김밥계의 서브웨이'라고 불리는 김밥집이 생겼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MZ세대들의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인 '풀리김밥'이라는 곳인데,
이곳의 김밥은 밥부터 시작해서 속재료까지 완전 각자의 취향대로 커스터마이징 해서 먹을 수 있는 그야말로 서브웨이의 김밥 버전인 곳이다.
이곳의 김밥을 보니
창업 초창기 바비스가 추구하려고 했던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잘 구현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사실 바비스의 김밥은 맛있지만, 뭔가 아주 특별한 소구점은 없는 듯 한(살짝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
랩(wrap) 형태로 제공이 된다는 점과 일반 김밥과는 차별화된 다양한 맛, 비건 메뉴를 취급하는 점 등이
신선하긴 하지만, 그 만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느낌이었다.
풀리김밥의 경우엔
커스터마이징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식점이라는 카테고리로 확실하게 포지셔닝을 했고,
이를 김밥이라는 아이템으로 풀었다.
소비자들에게는 서브웨이라는 템플레이트를 POP(point of parity, 유사점)로 활용해서
샌드위치가 아닌 김밥을 커스터마이징 해서 먹을 수 있는 곳임을 명확한 POD(point of difference, 차별점)로 인식시켰다.
그게 소비자들에게는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졌을 테고, 더군다나 나만의 취향을 만들어가고 이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MZ세대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바비스의 명확한 비전과 미션, 그리고 브랜드를 풀어낸 스토리텔링에
풀리김밥의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결합했다면
(물론 바비스도 처음에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가져가려고 했지만, 현재는 최소한으로 운영 중인 것 같으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프랜차이즈 화하기가 다소 힘이 들 수도 있고, 품질의 일정화, 교육 문제 등 여러 불편한 사항들이 생기겠지만,
서브웨이의 경우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기업이 되었으니.
하지만 내가 브랜드의 팬으로서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고,
(내가 감히 누군가의 노력을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자격도 되지 않을뿐더러.)
바비스는 이제 고작 1년여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고, 지금도 충분히 잘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설정했던 한식의 글로벌화를 위한 뚜렷한 미션과, 맛있는 김밥,
브랜드를 찾아주는 고객들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려는 마음들이 앞으로도 빛을 잃지 않고
바비스만의 매력을 더 발굴한다면 지금보다 더더 좋은 브랜드로 성장은 물론이고
한식의 세계화에 이바지하는데 충분히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