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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ddaum ㅣ 김슬기 Nov 18. 2023

[저를 소개합니다.]나의 6년 외식업 역사










중학교를 들어가는 날, 나는 요리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때 당시를 떠올려보면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일을 다른 친구들에 비해 비교적 빨리 정한 편이었다.


정확한 계기는 기억이 안 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일이 생기면 부모님께 허락을 맡고, 가스레인지 불을 켜곤 

지금 생각해 보면 요리 아닌 요리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엄마가 구독해 주셨던 논술 잡지에서 파티셰라는 직업에 대한 인터뷰를 보게 되었는데,

어린 나이에 달콤하고 아기자기하면서 예쁘기까지 한 다양한 디저트를 만드는 것에 대해 로망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그 길로 나는 빵과 디저트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다며 엄마에게 부탁해 제과제빵 학원을 등록하게 된다.

그렇게 나의 요리 인생 첫 자격증이 중학교 3학년 때 생기게 된다.







이후엔 고등학교도 조리고로 진학, 대학교는 제과제빵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서양조리학과로 진학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반전이 생긴다.


모든 것을 레시피와 계량대로 딱딱 맞춰서 해야 하는 빵과 디저트와는 달리, 

조금 더 유연하고 유동성 있고, 창의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요리의 매력에 빠져,

어느 순간 빵을 만드는 것보다 요리하는 것이 더 재밌다고 느껴진 것이다.



빵이냐 요리이냐 기로에서 선택을 바꾼 나는, 

대학교를 다니는 4년 동안, 단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그렇다면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요리와 장르는 과연 무엇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전공 수업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과의 수업도 일부러 수강해서 듣기도 하고,

대외적으로는 서울의 유수한 호텔에서 실습도 해보고,

부산에서 당시 가장 유명했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스타쥬(수습생)로 경험도 해보고,

시간을 내어 다양한 음식점에서 일도 해보며

스스로 내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해 다양한 경험들을 쌓아나갔다.








'

먹기도 많이 먹으러 다녔다. 

저렴한 음식에서부터 아주 비싼 고가의 음식까지 가리지 않고 궁금한 음식이 생기게 되면 주저 않고 

먹으러 다녔다.

당시 대학생의 입장으로는 고가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경험하는 것은 꽤나 큰 비용을 지불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용돈이나 틈틈이 일하며 벌었던 돈을 모아 새로운 미식 경험들, 레스토랑이나 호텔의 호스피탈리티 등 값진 경험을 하는 것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 사실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본질적으로 음식과 서비스가 합쳐져서 다양한 감각을 섬세하게 자극하는 외식이라는 경험이 주는 

매력의 힘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나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은, 

'원재료의 맛을 잘 느낄 수 있고, 그 맛을 더욱더 끌어올리는 조리법을 활용한 음식'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나는, 스스로가 맛있다고 느끼고 좋아하는 음식이어야 

그 음식이 왜 맛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고,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맛을 남들에게도 맛있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외식업은 단순히 음식만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닌

음식을 경험하는 그 시간 동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과 고객 간의 감정적이며 유대적인 다양한 교류 또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 고객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것.


4년의 기간 동안 나는 일식이지 않을까라고 그 답을 내렸다.


그렇게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곧장 서울로 올라가 일식 레스토랑에 취업을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아무것도 몰라서 철없고 어렸던 나는, 서울에서 가장 맛있고 잘한다는 일식당을 찾아 연고도 없는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다.


이곳에서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후보들을 리스트업 해서 한 곳, 한 곳 가서 먹어보고,

사람은 뽑지도 않는데 무턱대고 이력서를 주고는 나왔다.


약간의 시간이 흘러 한 곳에서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왔다.

다음 달부터 출근할 수 있냐는 말에 바로 하겠다고 답했다.








그렇게 나의 외식업으로써 진짜 첫 직장생활이 시작되었다.



일식이라는 장르에는 사실 여성 셰프가 많이 없다.

과학적으로 근거는 없지만 여자가 손이 더 따뜻하기 때문에 초밥을 쥐면 안 된다 라는 관습이라던가

또 팔딱팔딱 뛰는 아주 큰 생선을 잡는 게 힘에 부치고 어려워 보인다는 생각 때문에 

예전엔 배척당하거나 무시받는 분위기도 존재했다. 

지금은 그런 부분이 많이 개선이 되어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이타마에로 여성셰프님들이 많이 계신다.


*이타마에: (일본말로) 조리사, 요리사를 뜻한다.


내가 3년간 일 했던 첫 직장이자, 레스토랑에서는 다행히 위와 같은 문제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이었고, 배울 것이 정말 정말 많은 곳이었다.



하지만 3년 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다. 

식사를 하러 오시는 손님 한분 한분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맛과 극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완벽의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그저 어린 마음에 좋아하는 일을 찾아 도전했다는 것에만 그쳤고, 

일에 대한 확고한 스스로의 신념이나, 방향, 가치관 등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 

일을 하면서 배울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일을 했던 나날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도 존경해 마지않는 셰프님과 함께 일했던 그곳에서의 경험은 

돌이켜보면 나에겐 아주 큰 자산이 되었다.


외식업에 있어서 

음식이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방식으로 정성을 다해 준비해야 하는지,

고객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진정한 호스피탈리티란 무엇인지


특히 후자에 대해서 깊이 배울 수 있는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배운 것도 많은 시간이었지만, 그 기간 동안 나는 생각보다 내가 음식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람은 어느 분야에서든 각자의 속도가 나름대로 존재한다고 한다. 

다 똑같은 재능과 속도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지는 않다는 말로 해석된다.


나는 외식업을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길을 쭉 가려고 하지만

내가 음식을 만드는 기술자로서는 남들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구나, 많이 부족하구나 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여러 가지 고민들에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두 번째 기로에 놓인 것이다.


나의 방향성을 한번 더 재정립하기 위해 고민할 시간을 확보하려고 외식산업을 하는 회사에 들어가게 된다.

근무시간이 긴 레스토랑에 비해 퇴근 후 사용 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충분하고 여유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스토랑을 다닐 때 너무 내 삶이 없이 살았던 부분도 채우려 노력했다.

내가 일 말고 또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취미와 취향은 어떤 걸 만들지, 사람과 친구도 많이 만났다.










그렇게 잠깐 방향을 재정립하려고 들어갔던 회사였지만 그럼에도 누구보다 인정받으며 열심히 일했다.


레스토랑을 다닐 땐 배울 수 없었던, 

인력 관리를 포함한 전반적인 운영 관리 부분이라던가, 메뉴 개발을 통한 마케팅이나 기획 등 

기존에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배움과 경험들을 또 내 안에 차곡차곡 쌓아 나갔다.









방향은 달라졌지만 그 끝엔 결국 외식산업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을 나는 계속해 나가고 싶어서, 

그렇다면 나는 그 속에서 어떤 일을, 어떤 역할을 하는 게 맞는 건지.


대학교를 다니며 첫 번째 기로에 섰을 때처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자문자답하며 나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 뭐든 시도하고 도전했다.


관련된 다양한 교육도 많이 듣고, 독서를 정말 많이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하나의 활로를 찾은 느낌을 받는다.








'사람 그리고, 브랜딩'






브랜딩은,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명분을 갖고 탄생한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세상에 필요한 존재가 되도록, 끊임없이 가꾸고 돌보는, 

브랜드가 지속가능하기 위한 모든 행위를 브랜딩이라고 한다.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서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더 확대된 관점으로 업을 바라보는 것이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본질엔 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사물과 문화, 그 밖에 다양한 것들은 모두 다 사람과 연관되어 있다.

사람에 의해서 생겨났고, 필요로 해지며, 이후엔 그렇게 존재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사랑받는 무언가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

사람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도록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

그 심리를 파고드는 것, 

그 속에 뭔가 내가 찾는 답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기로에, 아직 모호하기는 하지만 나는 내 안의 소리를 들으며 또 한 번의 답을 내렸다.

솔직히 말하면 이 답이 또 내게 맞는 방향이 아니면 어쩌나 라는 막연한 불안함과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자신하고 확신할 수 있는 건 나는 외식산업을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쭉 이 길을 갈 것이며,

그 안에서 어느 길이 나와 더 맞는 것인지 방향을 잡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한 번 가슴이 뛰고, 설렘으로 마음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지난주를 마지막으로 2년간 다녔던 두 번째 회사를 퇴사했다.


내가 새롭게 설정한 방향대로 다시 앞으로 도약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많은 것이 불확실하지만 또 확신할 수 있는 건, 


나는 외식산업이 주는 즐거움과 가치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라는 점, 

그리고 이 업을 정말 사랑하며, 언젠가는 나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이 업으로써 

사람들에게 내가 느끼는 즐거움과 외식산업만이 줄 수 있는 다양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꼭 될 것이라는 것.








예전에 존경하는 셰프님께 들었던 말씀 중, 

'내가 꿈을 이루면, 나는 누군가의 꿈이 된다.'라는 말이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크게 와닿았다.


현재 나는 12월까지 진행되는, 홍성태 교수님의 모비브(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아카데미를 수강 중이다.


수업을 수강하시는 분들께는 이미 대단한 업적을 이루신 분들도 많고,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분들이 

거의 대다수이다. 

그런 분들과 아직은 아무것도 없는 내가 나란히 수업을 들으며,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나 좋은 경험이고, 뜻깊은 시간이라 생각한다.


내가 그분들을 보면서 좋은 자극과 동기부여를 받고, 나의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꿈이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자신과 생각으로 즐겁게 수업을 듣고 있다.



외식업에 종사하며, 지금까지 부단히 노력해 왔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도 많았고, 

반대로 성장하려 애쓰며 앞으로 나갔던 부분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나아갈 길과 긍정적인 미래만 생각하며, 비록 지치는 순간이 있더라도 극복하여 멈추지 않고, 

훗날 내가 만든 외식 브랜드로 사람들에게 좋은 가치와 경험을 줄 수 있는 외식인이 되고자 나는

앞으로도 쭉 한발 한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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