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완겨미 Mar 29. 2023

30대가 된다는 것

intro


나의 20대

그때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정말 청춘이었다.

학교에 늦으면 자체 휴강이라는

꽤나 합리적인 단어로 쿨하다 못해

서늘했지만 찝찝하지 않았다.

집에만 있기엔 너무나 재밌는 곳과

사람이 기다리는 20대.

말해도 답을 낼 수 없는 나와 친구들의 연애사,

일찍 사회에 뛰어든 친구의 넋두리가

그때는 ‘왜 이렇게 답답하게 살까?’ 싶었는지.



집으로 돌아가는 새벽공기.

초중고 학교-학원-집 루트에서 나와

훨훨 날아다니는 자유로운 영혼.

물론 늦은 귀가에 부모님의 잔소리가 있긴 했지만

나도 이제 '어른'이 되었다는

비장의 카드가 든든했다.



그렇게 흘러 나의 30대.

저녁 9시만 넘어가도 힘이 든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핫플이라는 곳만 찾아다녔는데 이제는

서로의 회사의 중간, 집의 중간

최대한 서로가 손해보지 않은 선에서 만난다.

1차 밥, 2차 술도 거추장스럽다.


한 곳에서 끝나는 올인원이 최고!

특히나 평일 약속은 더더욱 그렇다.

누구를 만나든 마지막은 정적과

한숨이 여럿 나오는 무거운 이야기로

마무리를 한다.

하루는 길고 시간은 순식간인 나의 30대.



SNS의 긍정적인 영향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그 시절 친구들이 다 함께 시간 맞춰 얼굴 보는 게

너무 어려워졌어도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은 알고 있다.

만나면 너무 반갑고 할 말도 많은데,

사람 만나는 게 왜 이렇게 귀찮아진 건지..

그러면서 간혹 주변에 사람이 점점 없어지는 것에

헛헛함을 느낄 때도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딱히 이룬 것이 없어 물 흐르듯

나이만 먹었다고 생각했다.

정말 나의 20대와 30대는 겉만 늙었지,

속은 말짱한 줄 알았다.

그런데 가랑비에 옷 젖듯,

나이는 그렇게 먹는 것 같다.

가끔은 무섭게 느껴진다.

앞으로 얼마나 더 무서워진다는 얘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