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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주리 Jan 26. 2024

깔딱수 14화 - 시절 인연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과의 만남은 일로 엮였지만 일이 다가 아닐 때가 있다. 아픔을 위로하기도 기쁨을 나누기도 했던 지기들이었다. 지금도 이어가는 좋은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곳을 나가거나 얼굴을 볼일이 없다면 다시는 만나지 않을 사람도 있다. 전엔 욕심이 많아서 그런 건지 마음이 약해서 그런 건지 이별의 순간이 힘들었다. 가라앉은 마음 추스르는 게 오래 걸렸다. 

학습지 일을 쉽게 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나 받아준다고 생각한다. 가끔 지국에 불똥이 떨어지면 아무나 뽑을 때도 있다. 그랬다간 불똥이 삽시간에 퍼져 지국을 말아먹는다. 언 발에 오줌을 눠서는 안 된다. 그래서 지국장이 되고 나서는 신중하게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력서와 면접만으로 사람을 알 수가 없다. 일을 잘 하게 생긴 사람도 엉망일 때가 있고,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사람이 의외로 잘 해낼 때가 있다.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을 수가 있을까 싶다.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하는데 사실이다. 

우리 지국엔 교사가 13명이다. 주 5일 일하는 교사부터 주 1일만 일하는 교사까지 연령도 성별도 다양하다. 그들의 스케줄과 회사에서 요구하는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지국장 업무 중 하나이다. 급여가 일정하지 않으니 그들의 수수료를 더 받을 수 있게 같이 계획을 세우고 상담을 도와주고 일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낮 동안 폭풍 잔소리와 과한 칭찬을 끊임없이 해내야 하는 일이라 밤이면 기운이 없다. 우리 선생님들은 나를 프로 칭찬러라고 한다. 그렇지만 빈말로 칭찬하는 사람이 못 되는 사람이기에 진심이다. 

일을 못하는 사람은 지속적으로 코칭을 하지만 귀를 막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서 일을 못하는 것이다. 이유가 명확하다. 좋은 방법을 알려주면 일 잘 하는 사람은 듣고 따라 하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업그레이드한다. 점점 더 진화시켜서 일 잘하는 사람이 된다. 지겨운 걸 매일 해내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하는데 모든 일이 그렇다. 공부도 얼마나 지겨운가. 하지만 아이들과 어머니들을 달래면서 공부시키고 힘들 때 격려해 주는 일을 끊임없이 해야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일이 쉽게 손에 들어오는 것은 없다. 

선생님들이 잘해야 지국은 잘 돌아간다. 하나하나가 각자 자기 일만 잘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매달 돌아가면서 힘든 교사가 나온다. 그들은 자기 잘못은 없고 언제나 시국을 탓하고 시장을 탓한다. 준비하지 않고 진도를 꼼꼼하게 점검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힘들었다는 것을 보지 않는다. 물론 공부하다 그만두는 회원이 당연히 있다. 하지만 매달 그만두는 회원이 많다면 자기를 돌아봐야 한다. 옆에서 아무리 말해도 모를 때가 있다. 본인이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 다음번에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회원들도 시절 인연이라 언젠가는 떠날 것을 안다. 하지만 그 인연을 내 실수로 짧게 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그게 내가 우리 선생님들을 데리고 하고 있는 교육이다. 

교사를 다 내 손으로 뽑았더니 더 애정을 쏟는다. 옆에 끼고 하나하나 가르치고 도와준다. 현장은 정글이라 제대로 하지 않고 나가면 어디서 맹수에게 물릴지 모른다. 돌발 질문 대응법과 교재 보는 방법과 진도점검하는 법을 처음 들어온 교사에게는 모든 게 교육이다. 그대로 내보내면 부딪히면서 배운다. 멘탈이 강하면 더 강해져서 더 진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 별로 없다. 다치면 피를 흘리고 울다 퇴사할 마음을 먹는다. 그런 사람을 달래는 것도 내 몫이기에 에너지는 더 들어간다. 

애정을 쏟다 보니 내 사람이라고 착각할 때가 있다. 인연이 다 되어서 떠날 때마다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물론 각자 다른 일을 하려고 떠나는 사람을 더 이상 잡기 힘들 때가 있다. 그럼에도 한동안 아프다. 옆에서 지켜보던 동생 이양이  그런다. " 또또 또 저런다. 맨날 이뻐하다가 언니만 다친다고!  그만 좀 신경 끄라고!"  한다. 하지만 이양은 이렇게 열과 성의를 다해야 한 사람이 자리를 잡고 또 그 몫을 해낸다는 것을 모르는 말씀이다. 

뭐든 유효기간이 있듯 나와 일하는 교사도 회원들도 끝이 있음을 안다. 나랑 있을 동안 나는 이쁘면 맘껏 이뻐하고 지적할 일 있으면 야단쳐서라도 잘하게 할 거다. 내 사람인지라 대충할수 없다. 가끔 이런 관심과 조언을 부담스럽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에 맞게 수위 조절은 하려고 한다. 내 회원들과 선생님을 위한다면 기꺼이 한 발짝 뒤에서 코칭 할 수도 있다. 나의 시절 인연이 좀 더 길게 갈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도 나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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