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사람과 남아 있는 사람 사이에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12월까지 2년동안 알고 지내던 교수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고작 두 달 전까지도 매주 1회씩 뵈었던 교수님.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보다 세 살 많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끝까지 귀 기울여 주시던, 참 정 많은 교수님이셨다. 사회복지사이면서도 정신상담 분야의 사업체를 운영하셨고, 오랜 시간 외국에서 유학하며 공부하신 분이었다. 작년 하반기에는 사무실 인테리어도 새로 하셨다.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이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마음을 열 수 있기를 바라며 공간의 결까지 세심하게 손보셨다.
병명은 급성백혈병이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도 한동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쉰이 넘은 성인에게 백혈병이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조차 나는 제대로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단 두 달 만에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실 수 있다니. 교수님을 알던 지인들은 하나같이 놀라움과 충격 속에서 말을 잇지 못했다. 나 역시 당혹감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한동안은 그냥 멍했다.
해야 할 일은 쌓여 가고, 해결해야 할 일은 밀려 있었고, 마무리해야 할 전화와 메일도 점점 늘어났지만, 나는 잠을 잤다. 그리고 또 잠을 잤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밝았지만 이불 밖으로 나갈 힘이 나지 않았다.
남편이 잠시 집에 들렀다가 내 얼굴을 보더니 무슨 일 있냐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남기고 다시 출근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남편에게 데이트 가자고 했다. 몸보신할 만한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가는 길에 외출복도 하나 사자고 했다. 아이들 없이 남편과 둘이 버스를 탔다.
참 오랜만이었다.
식당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였을까.
처음엔 남편과 나 둘뿐이었다. 한 시간이 지나고 한 커플이 들어왔다가 그냥 나갔다. 다시 남편과 나 둘뿐이었다. 두 시간이 지나도록 손님은 더 오지 않았다. 식당은 2층, 3층으로 되어 있었고 쾌적하고 깨끗했다. 생긴 지 1년밖에 안 된 곳이라는데도 유난히 텅 비어 있었다. 괜히 사장님의 사정까지 걱정이 되었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때에 손님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막막할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