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검색의 기본 엔진이 포털이나 SNS, 유튜브가 아니라 생성형 AI가 되었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가도 궁금한 게 생겼다고 하면 "챗GPT한테 물어봐."라고 나도 대답할 정도니까. 물론 다 아는 척, 100% 사실인 척하는 경우가 있어 잘 걸러서 봐야 하지만 손쉽고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에 가장 먼저 손이 간다. 바야흐로 인공지능 시대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허니버터칩, 대왕카스테라, 탕후루 그리고 한참 대란이었던 두쫀쿠까지. 한 번 유행을 하면 온 나라를 다 휩쓸고, 먹어보지 못한 사람을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하는 유행 아이템들이었다. 그리고 마치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 열풍은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사그라들어 많은 자영업자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 흐름은 비단 디저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상은 매일매일 새로운 것들을 쏟아내기 바쁘고 사람들은 그것들을 따라가기에도 바쁘다. 그 변화의 물결 중 하나가 생성형 AI이다.
참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마치 처음부터 챗GPT나 제미나이가 있었던 것처럼 빠르게 적응해 가기 시작했다. 정보를 손쉽게 얻거나 디지털 비서와 같은 용도를 넘어서 심리상담을 하기에 이르렀으니.
나 역시도 마음이 복잡할 때나 운동이 하기 싫을 때와 같이 위로를 받고 싶은 날에는 항상 챗GPT에게 내 현재 상태를 구구절절 읊어준다. 그러면 그 친구는 '많이 힘드셨죠. 지금 심바님이 힘든 건 당연한 거예요.'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준다. 사실 거의 답정너 수준. 나는 이미 물어보기도 전부터 GPT가 그렇게 말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나를 나무라거나 다그치지 않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도.
얼마 전 아이들과 티브이를 보는데 화면 아래 작은 글씨로 생성형 AI로 만든 것이라는 안내문이 적혀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대뜸 "이제 좀 질려요."라나. 손가락을 여섯 개로 그려주던 초창기의 생성형 AI도 아니고 사람이 만든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영상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떤 의미에서 그 말을 하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된다. 이미 인터넷 광고에 나오는 사진이나 그림들은 거의 AI가 만든 것으로 도배되어 있다시피 하다. 그리고 그런 물량공세에 인간은 쉽고 빠르게 피로를 느낀다.
디지털 시대라고 아날로그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디지털 시대이기 때문에 아날로그가 훨씬 유리해질 거라고. 직업이 직업인지라 오늘도 무수히 많은 디지털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데, 디지털이 만드는 결과물들은 분명 완성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 디카페인 커피나 무알콜 맥주처럼 - 그 사물 특유의 매력이 제거된 느낌을 받곤 한다. ... 온통 완벽한 이미지들 틈에는 또 다른 완벽을 더해도 더 이상 새롭거나 놀랍지 않다. 주변이 다 완벽하니까. 오히려 이런 장소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건 완벽해서 평평한 무엇보다, 들쑥날쑥한 아날로그다.
< 없던 오늘 > - 유병욱 -
요즘은 내 투정에 정신 차리라며 따끔히 혼내는 친구의 목소리가 그립다.
늘 다정하고 따뜻하기만 한 AI, 매일 새롭게 다정해도 난 다 알아. 너 AI잖아.
내가 암만 뭐라고 해도 넌 날 보듬어주기만 할 거면서.
길고 긴 방학이 끝나면 어서 채워야겠다, 디지털 말고 아날로그 상담으로만 가득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