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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바 Feb 13. 2024

아싸가 어때서

아웃사이더라고 쓰고 외톨이라 읽는다

지금 사는 이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건

코로나가 세상을 잠재운 2021년이었다.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앞두었던 때

코로나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싶은 점이 있다.

바로 <반 모임>.

1학년 학부모가 되면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고 난 후

자연스레 단톡방에 입성하게 되고,

낮에 커피 한 잔이 되든  밤에 맥주 한 잔이 되든

반모임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아이를 매개체로 한 새로운 인간관계가 펼쳐지는 순간이다.

마치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과도 같은 감정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어 모임은 금세 몇 년 만난 친구들처럼

시끌벅적해지지만, 그렇다고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이 모든 것을 올스톱 시켜주었다.

그러고 나니 <반모임>이라는 것이

나의 에너지를 얼마나 많이 소모하는 애물단지였는지도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둘째 아이는 벗으면 큰일 나기라도 하듯

호들갑스럽게 알록달록한 마스크를 쓰고

1학년으로서의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이미 알고 지내던 사람들끼리야 마스크를 쓴 얼굴도 알아보겠지만, 이사파 동네 새내기인 나는 빛이 나는 솔로였다.

남편이 질색하는 레깅스 패션으로 등굣길을 활보한 후

곧장 헬스장으로 달려갔다.

동네 사람들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이 편안함은 헬스장에서 또한 마찬가지.

내가 입고 싶은 예쁜 헬스복을 입고,

연신 땀을 훔쳐가며 운동에 매진했다.

이전 동네였다면 아마 중간중간 아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며

날씨 얘기, 아이들 얘기로 안부도 물어야 했을터.

하지만 이 동네에선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는 얼굴이라고는 비슷한 시간대에 운동하는,

나만 혼자 아는 얼굴들, 그리고 헬스장 사장님 뿐이었다.

'누구 엄마는 어디에서 운동한다더라'

'레깅스만 입고 동네를 돌아니더라'

하는 얘기도 나의 귀에 돌아 들어올 일이 없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있기도 하더라.

그리고 그 관심이 '0'이 되어보고 나니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지는 내 마음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4년 차.

이제 동네에 터를 잡고 산지도 4년째다.

자주 가는 마트 이모님과도, 동네 문구점 사장님과도 인사를 하고 지낸다. 그리고 아이들의 친구 어머님들과도 하나둘 인사를 하고 지내게 될 만큼의 시간이 쌓였다. 레깅스를 입고 운동을 가다가도 눈인사를 건네는 사람들도 생겼다.

시간이 주는 자연스러운 친밀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살던 동네에서처럼

가까운 인간관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동네에서보다는 동네 밖에서 만나야 할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아이를 매개로 한 관계보다는, '나'를 매개로 한 관계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을 어슴푸레 느끼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특별히 학원을 다니지 않고 있는 아이들이라

친구 엄마들과의 모임이라도 할라치면

꿀 먹은 벙어리 신세로 끄덕 인형 노릇을 하다 온다.

학원 이름들이 암호명 저리 가라이다.

계모 인증 3종 학원도 있단다.

래서 더더욱 접점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이 바스락 하고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그 수밖에 없다. 그 에너지를 나의 내면으로 쏟게 할 일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아니어서 좋다.

혼자 여기저기 다녀도 뻘쭘하지 않아서 좋다.

운동하고 책 읽고 아이들과 놀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틈내 만나는 시간이 좋다.

그 시간을 좋아하는 내가 좋다.


아싸,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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