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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Mar 02. 2024

브런치 1주년을 맞이하다

오늘은 내가 브런치 작가로서 합격 통지를 받은 지 딱 1년째 되는 날이다. 이곳에 처음 발을 내디딜 때 다른 건 몰라도 꾸준히 해보자는 다짐을 했었는데, 벌써 1년이 되었으니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처음 스마트폰에서 브런치 앱 알림을 보았을 때, 무심코 눌러본 펜 모양 로고가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메시지로 나타났을 때의 기쁨은 굉장했다. 글쓰기에도, 브런치라는 플랫폼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는 직장 동료들에게까지 자랑했을 정도였다. 누군가에게 내 글이 인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두 발이 땅에서 몇 미터나 솟아올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날아갈 듯한 성취감이 일년 내내 지속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세상 일이 그리 쉬울 리가 없다. 그날 이후 브런치는 내게 상당한 감정 기복을 선사했다. 그 추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① 자신감 최고조     

 너무 신기하다. 혹시나 해서 넣어봤는데 진짜로 선정되다니. 심지어 한 번만에 통과하다니 믿기지 않는다. 글이 나쁘진 않았나 보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합격 사인을 내려준 것 같아 몹시 기쁘다.

     

② 발전기 및 안정기     

말로만 듣던 조회수 폭발을 경험한다. 일고여덟 개의 글이 다음 메인에 오르고 브런치 메인에도 입성한다. (원래 초보 작가들 위주로 기회를 준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내게도 가능성이 있는 걸까?

     

구독자 수가 쭉쭉 상승한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열심히 읽고 댓글도 달자, 꾸준히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ZARD와 드래곤 볼 등의 연재 매거진을 기획하고 차곡차곡 글을 발행해 나가는 일이 재미있고 보람차다.

    

③ 암흑기     

아무 사건도 없이 급속도로 자신감이 떨어진다. 도통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글로만 보인다. 내 브런치를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초반에 작가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일이 후회된다.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그분들도 의리를 지키실 필요가 없을 텐데.

     

30주나 이어지는 장기 연재 브런치북 때문에 브런치를 떠나지 못한다. 독자분들과의 약속이자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연재물이 없었다면 브런치를 그만뒀을지도 모르겠다.

     

④ 회복기     

만족할 만한 아웃풋을 위해서는 충분한 인풋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독서에 열중한다. 인문학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문학 강의를 듣고, 글쓰기 수업도 신청한다. 이런 일련의 경험들에 대해서 쓰고 싶어진다.

    

초에 브런치에 도전한 목표였던,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한 글쓰기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계속 열심히 쓰기로 한다. 두 번째 연재 브런치북 계획은 진작에 세워두었고, 꼭 발행하고 싶다.


  




일년 간 브런치에 올린 글이 180개에 가깝다. 이틀에 한 번 이상 글을 발행한 셈이다. 초반에 성취감에 취해 너무 달린 탓이다. 앞으로 빈도는 줄이더라도 퀄리티에 더 신경써야 하겠다.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글을 쓰는 나 자신을 보면서 몇 번이고 생각했다. 수익이 발생하지도 않는 (아직 응원하기 기능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 글쓰기를 위해 이토록 애를 쓰는 이유가 뭘까? 브런치를 통해 내가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출간은 아니다. 그럴 만한 필력이 되지도 않거니와, 인터넷으로든 종이책으로든 전자책으로든 내 글을 읽어주는 분만 있다면 매체의 종류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기적적으로 책을 낸다 해도 베스트셀러가 아니고서는 의미있는 수입을 얻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곰곰이 고민한 결과, 내가 글쓰기를 통해 달성하고 싶은 것은 생업에서 이루지 못한 자아실현이다. 직장에서 난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존재다. 내가 완성한 업무와 옆자리 최과장이 마무리한 일은 성과 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다. 누가 해도 그게 그거인 일이다.

    

글쓰기는 그렇지 않다. 글 속에서 나는 특별한 무언가가 된다. 다른 사람의 글과 내 글은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나만의 존재 의의를 찾기 어려운 사회에서 글쓰기란 자아를 찾고자 하는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길이다. 좁고 험하긴 하지만 잘 헤쳐나간다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경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내게는 어제와 오늘이 같고 오늘과 내일이 같은 나날에서 벗어나,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만들 수 있는 일이 독서다. 매일 다른 지식과 정서로 내면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금고에 나날이 재물이 쌓이는 일과 같다. 나는 그 안을 들여다보며 매정한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고단함을 이겨낸다.

      

글쓰기에 있어 브런치가 주는 이점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남에게 보여지는 글’을 써야한다는 점이다. 일기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 내용일지라도 오픈된 공간에 글을 올리는 순간 이미 일기가 아니게 된다.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오직 한 명뿐이라 해도 나는 그 사람만의 작가가 되고, 한 편도 허투루 쓸 수 없다. 원하는 글의 수준이 높아지고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잘 써야한다는 압박감과 욕심이 생긴다. 혼자만 보는 글과는 천양지차다.

     

얼마 전 있었던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에서 글이 늘었다는 칭찬을 받았다. 내가 브런치를 열심히 하는 것을 아는 회원 한 분은 많이 써서 그런 것이라고 얘기해 주셨지만, 나는 그보다 남이 읽어주는 글을 써 본 라고 말하고 싶었다. 글쓰기에 있어 독자의 존재는 거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중한 글벗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귀중한 시간을 내어 들러주시는 글벗님들이 계시는 한, 출판사의 부름이나 공모전 당선이 없더라도 나는 작가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존경하그분들을 위해 더 좋은 글을 쓰겠다.

     

(연재글 발행을 한 주 쉬어가고자 합니다. 재충전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쓰고 싶은 다른 글이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잠시 휴식 후 다음 주에 클래식 클라우드 단테 편 감상문을 들고 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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