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온 May 19. 2024

몇몇 가수들의 킬링보이스를 보고(혹은 듣고)

[일기 비슷한 글이니 편하게 스킵하셔도 됩니다. 댓글창도 닫아두었어요]


아이돌 : 트와이스, 동방신기, 레드벨벳

아이돌이었던 이 : 환희, 강타

          

트와이스

     

트와이스의 전성기에 난 케이팝에 취미가 없었던 데다 결혼과 임신을 거치며 더 관심이 없는 상태였다. 워낙 대중성이 높은 그룹이었으니 히트곡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멤버들의 미모와 매력, 귀여운 컨셉이 주 셀링포인트였던 그들은 실력을 중요시하는 내게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발표하는 노래마다 멜로디가 워낙 쉽고 경쾌해서 곡들이 좋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렇게 그들과 하등 상관없는 나날을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킬링보이스를 보며 내가 틀렸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히트곡이 나와도 나와도 끝이 없는 게 아닌가. 꽉 찬 자루에서 금화가 쏟아지듯 하염없이 아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걸 두고 한 시대를 풍미한 걸그룹이라고 하는구나. 원탑으로 군림했던 위용이 이렇게 드러나는구나. <OOH-AHH하게>, <Cheer Up>, <TT>, <Likey>, <Signal>, <Knock Knock>, <What is Love>, <Heart Shaker>, <Dance The Night Away>, <Yes or Yes> 등, 하나같이 다 쟁쟁한 히트곡이며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제목은 몰라도 안 들어볼 수 없었던 노래들이다.

     

난 지효의 파워풀한 보컬이 참 좋다. 기본기가 없으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가창력으로 저 높디높은 후렴을 너끈하게 불러내는 모습이 참 멋지다. 솔로앨범도 상당히 좋게 들었다. 리더이자 메인보컬로서 팀에 헌신한 것도 알아서 그런지, 가장 응원하게 되는 멤버다.

     

다른 멤버들도 라이브 연습 많이 한 티가 나고 콘서트와 투어로 경험이 쌓인 게 눈에 보인다. 킬링보이스 후보정 다 하는 거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영상을 통해 처음으로 트와이스라는 그룹을 아티스트로서 리스펙하게 되었다.

     

노래를 부르며 살짝살짝 안무를 곁들이는 모습은 춤이 기본 중의 기본인 아이돌들의 특징으로, 음악이 나오면 몸을 가만히 놔두질 못한다. 댄스음악을 사랑하고 무용 감상을 좋아하는 나는 그런 모습이 아주 기특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트와이스는 JYP 출신답게 다들 춤을 너무 잘 추니까.

    

예쁜 애 옆에 예쁜 애로 유명한 그룹답게 멤버들의 미모가 눈이 부시다. 특히 난 사나가 저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는데, 킬링보이스에서 목소리 뿐 아니라 비주얼로도 킬했다. 그래도 역시 내 이상형(?)은 미나다. 밤마다 베란다에 정한수 떠다놓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다음 생엔 미나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라고 하면 달님이 소원을 들어주려나?

          

동방신기

     

저 두 사람은 보여주고 싶었겠지. 다른 세 명이 없이도 충분히 잘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길 간절히 원했겠지. 아무리 어려운 노래라도 불러낼 수 있도록 부단히 연습했을 거야. <Love in the Ice> 같은 곡을 피하지 않았다는 게 그들의 노력을 증명한다.

     

카시오페아가 아닌 나는 저들의 선택과 행보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쉬움도, 안도감도 내가 표출할 것이 아니다. 내가 동방신기라는 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 짧지만 굵었던 추억 뿐이다.

     

반가웠던 선곡은 <믿어요>와 <The Way You Are>다. <주문>은 화려함의 극치이자 보컬과 댄스가 모두 정점에 오른 팀만이 소화할 수 있는 대곡이다. <왜>에서 두 멤버가 보여준 유영진 스타일의 박력은 너무너무 유영진 같아서, 곡의 독특한 매력이 제대로 구현되었다.

     

 선곡되지 않아 아쉬운 곡은 <Whatever They Say>. 야자하면서 꼭꼭 들었던 노래인데, 알앤비의 진수인데 왜 안 불러줬을까나. 님들 설마 이 노래 잊어버린 건 아니겠죠~

     

레드벨벳

     

보컬 밸런스 좋은 팀으로 정평이 난 레드벨벳이지만 그중에서도 웬디는 단점을 찾기 힘든 보컬리스트다. <행복>의 하이라이트는 내 입에서 꼰대스러운 발언이 나오게 한다. 모름지기 메인보컬이라면 이 정도 고음은 쳐 줘야지.

     

레드컨셉 곡에서 벨벳 컨셉으로 넘어가자 배경 색깔을 바꿔주는 딩고뮤직 측의 센스에 놀랐다. 다른 가수들의 영상에서는 한 번도 못 본 연출이었다. 그리고 또 한 번 내 음악 취향을 확인했다. 레드보다는 벨벳이다.

     

예외가 있다면 이 팀의 투탑 명곡인 <Psycho>와 <Feel My Rhythm> 중에서 레드 컨셉인 후자를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그 베르사유 궁전에서 찍은 것 같은 퍼포먼스 영상은 좀 너무했다. 아주 그냥 여심을 잡을려고 작정을 하고 세상의 모든 예쁜 이미지는 다 갖다넣은 것 같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인 봄을 주제로 한 화사한 음악이라서 더 좋기도 했고.

     

내 취향이 얼마나 매니아적이냐면, 호불호 갈린다는 <짐살라빔>이나 <RBB> 같은 곡은 무조건 ‘호’다. 반면 누구든 쉽게 즐길 만한 <음파음파>는 심심하게 느껴지니, 오타쿠 성향은 그냥 타고 났다.

     

환희

     

우리 집에 FlyToTheSky 4집이랑 5집 실물 앨범 있다. 헤헷.

<Tomorrow>를 불러주다니. 누군지 몰라도 이 곡 신청한 팬 분 복받으시길.


플라이투더스카이 노래는 다 그렇지만 특히 <Sea of Love>는 감미로운 브라이언의 목소리가 그립다. 건강 문제로 노래 대신 청소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던데.

     

<가슴 아파도> 안 부르고 가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서운해할 거라는 앵콜 멘트가 웃겼다. 제작진도, 가수도 대중들의 마음을 참 잘 아는구나. 고맙구로.

     

강타

     

메인보컬의 라이브로 HOT 시절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 선물받은 느낌이었다. 거기다 솔로곡과 작곡가로서의 히트곡까지, 대중이 가장 잘 알고 제일 듣고 싶어할 곡들만 쏙쏙 골라 불러줬다. <북극성> 앨범 테이프로 사서 엄청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강타가 30년의 연예계 생활 동안 잡음이 없었던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그를 좋게 생각하는 이유는 매사에 겸손해서다. 케이팝 역사상 최고의 국내 인기를 자랑한, 아이돌의 시조나 다름없는 그룹의 주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권위적이거나 거만한 모습을 한 번도 보인 적 없다. 이제 자신도 후배들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는 솔직한 발언도 했다.

     

또 어떤 영상에서는, 친척이었는지 어떤 관계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어린 친구에게 엔시티의 사인을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강타는 딱 20년 후배인 엔시티에게 흔쾌히 사인을 주어서 고맙다며, 혹시 멤버들의 부모님이나 이모들께서 본인의 사인을 원하면 언제든 요청하라고 얘기했다. 탑 아이돌 출신인 사람이 이제 4~50대의 연예인이라는 걸 인정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는데도 너무 자연스럽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참 겸허해보였다.

     

지금의 어리고 젊은 팬들을 보고 내가 가장 충격받은 점도 강타에 관련한 것이었다. SM타운 콘서트에 갔다온 팬들이 하는 말이, 강타 ‘아저씨’의 차례가 오면 화장실에 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강타를 보면 스타의 아우라가 느껴지는데, 여전히 내게는 매우 연예인인 사람인데 요즘 팬들은 SM 이사, 대선배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강타는 HOT 중에서도 제일 인기가 많던 멤버였다. 옛날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반응이다. 세월이 어마어마하게 흘렀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걸 실감케 하는 일화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단소리와 쓴소리를 곁들인 케이팝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