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녀는 그를 졸업할 수 있었을까

경쾌한 그리움, ZARD 노래

by 세온

일본 노래에는 유독 ‘졸업’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사전적인 의미 외에 주로 ‘이별의 극복’이나 ‘어떤 일의 끝’이라는 의미로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듯하다. 이번에 소개할 ZARD의 노래 가사에서도 ‘졸업’은 중요한 키워드로 쓰인다.


한 여자가 길을 간다. 지하철역 하나를 지나치면 익숙한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밤하늘의 별을 세며 걷고 있자니, 길가의 이층집 창문에 불이 들어온다.
사랑했지만 헤어져야 했던 그의 방이다. 한참이나 불켜진 창문을 바라보다가, 입가에 쓸쓸한 미소를 띄운다. 천천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긴다. 그리고 다짐한다.
언젠가는 그에게서 졸업해야지.
여름밤은 너무나 길다.


이번 글의 주인공인 ZARD의 싱글 <이별 인사는 지금도 이 가슴 속에 있어요サヨナラは今もこの胸に居ます> (95년 발매, 오리콘차트 1위)의 가사를 짧은 이야기로 풀어보았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화자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나는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즉각 이해하지 못하고 글로 풀이된 것을 읽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점이 오히려 가사를 더욱 시적이고 은유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특히 ZARD의 노래를 들을 때는 더 그렇다.

뛰어난 작사가였던 ZARD는 한두 개를 제외한 본인의 곡 대부분을 직접 작사했다. 그녀의 가사에는 미사여구가 없는 대신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우리 곁의 평범한 모습들 말이다.

이번 곡도 마찬가지다. 어느 여름밤 지하철역에서 내려 너무나 낯익은 길을 걷다가, 그리워하는 이의 집에 불빛이 켜진 것을 보고는 깊은 그리움을 느끼는 모습. 그 풍경이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진다.

# 이토록 경쾌한 그리움이라니


이 소제목에서 느껴지는 역설은 ZARD 음악의 특징이기도 하다. 가사만 놓고 보면 분명 그립고 애달픈데, 노래는 그렇게 경쾌할 수가 없다. <이별 인사는 지금도 이 가슴 속에 있어요>는 특히나 밝고 명랑한 곡조를 자랑한다.

후렴구에서는 사요나라와 이마모↗ 코노무네니 이마스↗ , 이런 식으로 치켜 올라가는 음이 반복되어, 듣는 이로 하여금 산뜻함을 느끼게 한다. 언젠가는 헤어진 연인을 잊겠다는 내용의 곡으로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상반된 두 가지 요소의 조화가 ZARD 음악의 중요한 매력이다. 노랫말에 담긴 슬픔이 슬픔으로 그치지 않고, 경쾌한 선율과 편곡으로 인해 희망과 기대로 승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자는 부담스러울 정도의 슬픈 감정에 빠지지 않고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노래를 들을 때 하단의 가사를 함께 따라가며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러려면 일본어 독음도 필요할 듯하여 첨부하였다.




치카테츠노 에키 히토츠 노리스고시

지하철 역을 하나 지나쳐서

미나레타 마치오 요코깃타라

익숙한 거리를 가로지르면

호시조라오 카조에루 코로 아나타노 헤야니 아카리가

하늘의 별을 셀 즈음, 당신의 방에 불빛이..


모시 아나타가 이츠카 히토리니 낫테

만약 당신이 언젠가 혼자가 되어

와타시노 코토오 오모이다시타라

나에 대한 생각을 떠올렸다면


스구 렌라쿠시테네 스키다카라

바로 연락해줘요 좋아하니까

오와나이토 코코로니 키메타노

쫓지 않겠다고 마음을 정했어요


사요나라와 이마모 코노 무네니 이마스

이별 인사는 지금도 가슴 속에 있어요

데앗타 코로노 와타시데 이타이

처음 만났을 때의 나로 있고 싶어요


아나타토 아루이타 오모이데노 나카오

당신과 걸었던 추억 속을

이마와 히토리 아노 미치오 타돗테이마스

지금은 혼자 그 길을 걷고 있어요

히사시부리니 콘나니 와랏타

오랜만에 이렇게 웃었어요

와라우 코토사에 와스레테이타

웃는 일 조차 잊고 있었어요


다레카니 히츠요오토 사레타이카라

누군가에게 필요해지고 싶어서

다레카노 타메니 감바앗테루

누군가를 위해서 힘내고 있어요


사요나라와 이마모 코노 무네니 이마스

이별 인사는 지금도 가슴 속에 있어요

이츠모 에가오데 카쿠시테이타케도

언제나 웃는 얼굴로 숨기고 있었지만


나츠가 스기루 타비 코노 무네가 이타이

여름이 지날 때마다 이 가슴이 아파요

요루와 토테모 토테모 나가쿠 칸지루노데스

밤은 매우매우 길게 느껴져요

사요나라와 이마모 코노 무네니 이마스

이별 인사는 지금도 가슴 속에 있어요

데앗타 코로노 아나타데 이테네

처음 만났을 때의 당신으로 있어줘요

타노시캇타 코토 쿠루시캇타 코토

즐거웠던 일 괴로웠던 일

소시테 이츠노 히카 아나타카라 소츠교오 시마스

그리고 언젠가는 당신으로부터 졸업할 거에요


(가사 출처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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